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뚫고 올라갔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201.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00원을 넘긴 것은 장중 기준 작년 10월 12일(1200.40원) 이후 약 3개월 만이고, 종가로는 2020년 7월 24일(1201.50원) 이후 1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화와, 이르면 3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고에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다. Fed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예상보다 더 일찍, 또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의 조기 종료에 그치지 않고, 현재 8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의 양적 긴축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까지 시사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전날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 등이 급락하고 채권금리는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도 코스피지수가 5일 1.18% 하락한 데 이어 6일에도 1.13% 떨어진 2920.53으로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닥 낙폭은 2.90%로 더 컸다.
달러화 강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충돌 가능성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커지고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미국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정부는 필요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6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시장동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개입은 어렵지만 미세 조정으로 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지속은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키운다. 또 그렇지 않아도 원자잿값 상승 부담이 큰 마당에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올리고, 이는 고공행진하는 소비자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의 가속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내수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상하는 것도 확실해졌다. 어느 정도 원화 약세를 방어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주요국의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와 국제 금융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전방위적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