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임금이 다음 달부터 2~3%가량 상승한다. 과거 금융공기업 임금이 삭감되고 13년째 복원되지 못하고 있던 임금체계를 정은보 금감원장이 나서 해결해준 것이다. 취임 후 최우선 과제였던 '내부 결속력 다지기'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부터 과거 2009년 때 5% 삭감됐던 금감원 직원들의 임금이 단계적으로 복원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5% 삭감됐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4.5% 수준으로 회복될 예정"이라며 "4.5%를 한꺼번에 복원하긴 어려우니 2%가량씩 나눠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기재부, 금융위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바뀐 임금체계는 내달 적용을 목표로 최종 합의 중이며, 임원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임금을 일괄 삭감했다. 정부는 금융공기업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청년 취업 지원기금 등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임금 삭감을 유도했고, 당시 대다수 금융 공공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임직원 전체 임금 중 5%를 일괄 삭감했다.
금감원도 금융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원장은 급여의 30%,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은 10%씩 자진 삭감했고 성과 중심의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국·실장 및 일반 직원들의 급여도 5% 깎았다. 신입직원의 연봉도 20%가량 낮아졌다. 이후 한국증권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대부분 공공기관은 임금 단체협상 등을 통해 삭감된 연봉 분을 회복했지만, 금감원만 아직도 복원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금감원 노조는 정 원장 취임 후 첫 면담에서 직원들의 연봉 정상화를 건의했고, 당시 정 원장은 기재부에도 명분을 줘야 하므로 추후 노사협상 및 기재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원장은 기재부 금융위와 협의를 이어가 예산 증액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정 원장이 단독 드리블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 직원들은 정 원장에 대해 금융위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금감원 조직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제금융 예산 전문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오게 된 배경에는 흔들리는 조직을 바로 잡고 금감원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했다"며 "기재부, 금융위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기관 사이에서 조율을 통해 금감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며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에 힘써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