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피스텔 붕괴 때 안전진단 통과 후 재시공 사례도
11일 오후 일부 층이 붕괴된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주상복합아파트의 예비 입주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 올해 예정된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져서다. 작은 오피스텔이나 원룸 건물의 부실공사로 일부 붕괴 사고는 있었지만 총 39층 규모 847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완공을 앞두고 무너져 내린 사고는 전례 없는 일이다. 전문가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수습 방안으로 ‘해체 후 재건축’이 유일한 해답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화정 현대아이파크는 총 7개 동 847가구 규모로 지하 4층~지상 39층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한 개 동의 23층부터 38층까지 총 16개 층 바닥 슬래브가 붕괴됐다. 외부 콘크리트도 뜯겨나가 내부 철골이 다 드러나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 단지는 올해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이 부실시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래층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은 다음 위층을 쌓아야 하는데 무리하게 타설했다는 것. 특히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면서 콘크리트가 굳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충분한 양생(굳힘)을 거치지 않았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고, 이는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 충분한 기간"이라고 해명했다.
철근 콘크리트 및 복합구조 전문가인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아파트는 크게 벽과 슬래브(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바닥판)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사진으로만 보면) 두 가지 주요 구조가 심하게 파손됐다”며 “콘크리트 구조물은 단순히 부서진 곳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변형과 균열이 일어날 수 있어 되도록 해체 후 재시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건축 과정에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을 때 안전검사를 거쳐 완공한 사례도 있다. 2013년 1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인근에서 신축 중인 오피스텔 한 개 층 바닥이 약 20%가량 꺼졌다. 당시 사고 원인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건물은 붕괴 이후 약 3개월 뒤에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시공을 거쳐 분양을 완료했다.
2014년 충남 아산에서는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 건물 한 개 동이 한쪽으로 약 20도 정도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조사 결과, 해당 건물이 들어선 곳의 지반이 약한데도 지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건물을 올린 것이 주원인이었다. 여기에 건물에 들어가야 할 철골도 모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해당 건물은 붕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철거됐다.
하지만 이번 광주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는 결이 다르다. 39층 규모 초고층 아파트가 붕괴한 만큼 더 엄격한 안전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오히려 고층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며 “추가 진단이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이 있을 수 있어 단순 보수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철거가 결정되면 재시공 후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붕괴는 한 개 동에서만 발생했지만, 공동주택은 철거할 경우 남은 6개 동 모두 철거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철거에 최소 2년, 재시공까지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