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이 올랐는데 몇천만 원 떨어진 게 급매인가요?”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매수와 매도가 급감한 거래 절벽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 현재 거래되는 매물은 ‘급매’가 다수인데 아파트값은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상승하며 고공행진 했던 만큼 상승률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미미한 수준이다. 대출 규제 강화로 적정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현재 시장에 나오는 ‘급매’가 붙은 매물을 매수해도 되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 유명 부동산 카페에 ‘급매’가 붙은 게시글이 다수 게시되자 수억 원씩 오늘 아파트값이 몇천만 원 낮춰 거래되는 게 급매인지 묻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경기도 외곽 지역 전셋집에 거주 중인 30대 여성 A 씨는 올해 서울로 이주하기 위해 ‘급매’ 위주의 매물을 찾고 있지만, 적정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급매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아봤더니 몇억 원씩 오른 집값에서 몇천만 원 떨어진 수준이라 가격이 여전히 높게 느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그마저도 급매라며 빨리 매수해야 한다고 부추기는데 이 가격이 과연 적정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급매’를 달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폭에 비하면 가격 하락 폭은 더없이 미미하다.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6.40% 상승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소개하는 급매 가운데 가장 가격이 많이 내려간 매물은 1억 원 저렴했고, 다수는 호가에서 몇천만 원 하락한 수준이었다. 서울시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95㎡ 매물은 호가가 23억 50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22억 2500만 원에 급매가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해당 매물은 급매라고 소개했지만, 헬리오시티 같은 면적의 매물은 지난해 5월만 해도 19억 9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은평구 백련산 힐스테이트 2차 아파트 전용면적 59.95㎡의 경우 지난해 7월 9억 500만 원에 실거래됐는데 최근 8억 2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B 씨는 “1억 가까이 빠진 것이니 급매가 맞다. 지금 나오는 매물은 선매수자들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들이다. 먼저 상급지를 잡은 사람들이 기존 주택을 팔고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데 대출 규제로 매수자가 끊기니까 저렴하게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리서치 팀장은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적정한 가격에 살 만한 물건이 많이 없는 시장이다. 대출이 막혀 있으니 대출을 많이 안 받고 살 수 있는 매물이 많아야 하는데 몇억씩 올랐는데 몇천 내리는 게 급매라고 볼 수 있겠느냐”라며 “당장 내 집 마련이 급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전체적으로 매수자들이 더 저렴한 물건이 나오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