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대퇴직’, 중국선 ‘탕핑족’ 신조어 생겨
코로나19 이전부터 발생한 상대적 박탈감·번아웃 원인이란 분석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 층의 ‘직업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부와 명예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MZ 세대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결혼과 출산 주택 구매 등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는 대신 일과 삶의 균형을 한층 중시하려는 움직임이 더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미 윗세대들보다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낳는 것이 더 늦어지고 있는데, 최근 이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최근 ‘그레이트 레지그네이션(the Great Resignation)’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대(大)퇴직’이란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인구는 팬데믹 이전보다 240만 명가량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있기’란 뜻의 ‘탕핑족’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탕핑족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996’이 보편 개념이었다. ‘996’은 ‘주 6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라는 뜻으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뒷받침한 근로체계였다.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MZ 세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컨설팅 업체 퀄트릭스가 MZ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회사가 풀타임으로 사무실 근무 복귀를 요구할 경우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성세대는 ‘게으르다’고 비판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들 탕핑족에 대해 ‘야망도 없고 의욕이 없다’며 비판하며, 탕핑족이 늘어나면 인구 감소 악영향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 2020년 출생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MZ세대들 사이에서 왜 이러한 분위기가 짙어졌을까. 블룸버그는 그 원인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생긴 상대적 박탈감과 번아웃을 꼽았다.
중국 경제는 탄탄한 노동력을 토대로 지난 10년간 두 배 성장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가 임금 상승률을 넘어서는 등 사회 체계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학자금 부담을 겪어야 했던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할 가능성이 큰 세대로 분류되고 있다.
즉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살 수 없다,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아무리 노력해도 물질적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 욕망을 버리고 개인적 행복을 누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번아웃 증후군도 일과 균형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탕핑족과 대퇴직이란 흐름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중국 탕핑족과 미국의 대퇴직은 특별한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이는 또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추진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