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층에 불나면 대책 없어, 창고 샌드위치 판넬은 불쏘시개
# 1월 6일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현장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이 화재는 창고나 공장을 짓는 데 쓰이는 샌드위치 판넬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해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 2000년 한익익스프레스 창고 화재도 샌드위치 판넬이 불을 더 키웠다.
최근 건설현장의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만 그때뿐이다. 이번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다. 7개월 전에도 10여 명의 인명 사고를 낸 업체가 또 사고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달 27일부터 시행돼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의 변화는 없다.
최근 발생한 2건의 화재 사고도 마찬가지다. 춘천시 신축 아파트 화재는 최근 늘어나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전혀 대비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 현장이 49층이다 보니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사다리차, 무인방수탑차도 무용지물이었고 스프링클러는 아직 작동 전이었다. 헬기는 옥상 크기가 작은 데다 당시 바람이 강하게 불어 착륙이 어려웠다. 결국, 소방대원이 직접 49층까지 올라가 화재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인명 구출이거나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초고층 건물은 상층부로 불길과 연기가 확산될 때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구조다. 또 고층으로는 소방대원이 진입하기도 힘들고 인명구조 작전을 펼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대형참사를 막으려면 특화된 화재 진압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물류창고와 공장을 지을 때 벽체를 대부분 샌드위치 판넬로 짓는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을 때보다 공사비가 몇 배나 절감되고 공기도 몇 배 절약해 빨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창고와 공장 건축법을 개정하고 지자체 조례를 엄격하게 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창고와 공장 등 건축물은 화재가 잘 발생하지 않고 진화가 충분히 가능하게 강력한 난연재나 불연재만 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샌드위치 판넬 사용을 규제하는 건축법 개정이 몇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공장과 창고를 샌드위치 판넬로 건축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 샌드위치 판넬을 대체하기 위해 스카이텍, 그라스울, 내화pf방화띠, 화이버시멘트, FF판넬 등 신제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아파트 화재에 대비한 자체 소방시설 설치 규정 강화 등 화재예방 시스템을 보완하고 샌드위치 판넬 퇴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