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예산시리즈'로 연일 서울시의회를 비판하는 가운데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못미 예산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였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시의회 역시 지키지 못한 예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치분권의 밑거름이 될 주민자치와 협치 예산은 왜 버렸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예산의 의미와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함께 마련한 22년도 예산을 두고 지못미 예산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였다"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자신의 주요 사업 예산을 시의회가 삭감하자 '지못미 예산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이날까지 4차례에 걸쳐 상생주택, 지천 르네상스, 1인가구 안전, 청년지원 사업 등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 의장은 "한강 지천에 벽화를 그려 넣고 데크를 새로 조성하는 일, 시작도 하기 전에 사교육 우선주의 및 중복사업 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온라인 교육사업이 지금 당장 지켜야 할 예산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이 거듭 주장하는 예산들은 지키지 못해 미안한 예산이 아니라 지키려고 못내 애써서 미안한 예산이다. 지금은 못하는 미흡한 예산"이라며 "선출직 공무원의 공약은 유권자들과의 약속이지만 공약에 기반한 정책과 사업들은 적절한 때가 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예산은 생존과 상생"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 역시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지키지 못한 예산이 있다는 점도 상기했다. 주민자치위원회 예산, 시민참여예산, 민간위탁 사업 예산 등이 전년도 대비 많이 삭감됐다고 부연했다. 시의회가 자치ㆍ협치 예산을 전년도 수준으로 복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양보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김 의장은 "거듭된 숙고와 이해로 합의된 예산을 두고 더는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며 "이제는 주어진 예산을 제대로 집행해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측이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오 시장은 갈등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서울시민에게 시와 시의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게 도리”라며 “글을 쓰고 반박, 재반박, 재재반박도 하다 보면 예산 마련 취지나 예산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