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약 50여 일 앞두고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별로 조사 결과가 상이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에도 그 결과가 엇갈리면서 여론조사를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유권자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다자대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14%,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3%였다.
반면 이 조사에 참여한 코리아리서치가 MBC의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38.8%, 이 후보가 32.8%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안 후보는 12.1%, 심 후보는 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 후보가 다르게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는 표본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의사를 통계치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조사 방법, 유·무선 전화 비율 등 조사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두 조사는 모두 통신 3사로부터 무작위로 번호를 제출받아 ARS 없이 전부 면접원이 조사를 실시하고, 기간도 겹치는 등 비슷하게 설계된 여론조사였다. 응답자의 연령 비중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 조사의 문항 구성 차이로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다. NBS 조사의 경우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관련 문항을 포함하지 않은 반면 코리아리서치 단독 조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이 포함됐다.
단일화 문항을 포함할 경우 응답자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 단일화 찬성 여부, 단일화 후보 적합도 등을 묻는 응답에 끝까지 대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재 야권 지지자다. 반대로 여권 지지자의 경우 해당 질문들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겨 중간에 면접을 이탈할 가능성이 야권 지지자에 비해 높다. 결국 단일화 관련 질문이 포함된 코리아리서치 단독 조사에서 야권 지지자의 응답률이 높았을 수 있고, 이것이 상반된 결과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여론조사 설계를 보고 여론조사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유·무선 전화 응답 비율 중 유선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노년층 응답이 늘어 보수층 응답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조사가 오전이나 낮에 진행될 경우 노년층의 응답률이 높아지며 보수층 응답률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경우 한 조사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10분, 오후 4시부터 4시간 등 시간을 배분해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론조사의 설계 방식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별 여론조사 결과로만 판단하지 않고 장기적인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곳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지난 몇 주간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는지 등 추이의 변화를 봐야 한다”라며 “최근에는 거의 매일 여론조사가 나오니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서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