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신규 계좌개설수 늘며 경쟁률 가늠 어려워져
국내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 들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균등배정을 노리는 일반투자자들은 증권사별 물량과 계좌수 등을 비교하며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
17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18~19일 이틀간 일반 청약에 돌입한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나타난 역대급 흥행 열기가 일반 청약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까지 진행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023대 1과 함께 1경5203조 원의 기관 주문액을 받아냈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30만 원으로 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반 청약자에 전체 공모 주식의 25~30%인 1062만5000~1275만 주를 배정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균등 방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증거금에 따라 나눠주는 비례 방식으로 배정된다.
개인투자자는 공동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을 비롯해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총 7개 증권사에서 청약할 수 있다. 증권사별 물량은 KB증권이 486만9792주(배정 비율 45.8%)로 가장 많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243만4896주(22.9%),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이 22만1354주(2.1%)씩이다. 이들 증권사 가운데 어떤 곳을 택해 청약하느냐에 따라 공모주 성패가 좌우된다.
통상적으로 균등배정을 노린다면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KB증권에 청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계좌수가 많으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공모주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보다는 물량이 적당하고 계좌수가 적은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량은 적지만 계좌 수가 적어 상대적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변수가 생겼다. 중소형 증권사에도 신규 계좌개설이 크게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관사단의 신규 계좌개설이 지난해 대비 2∼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증권은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신규 계좌 개설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증가했고, 신한금융투자는 91% 늘었다. 신영증권도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신규 계좌수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 전날까지도 폭발적인 신규 계좌 개설이 이어지면서 청약에 유리한 증권사를 찾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청약 마지막 날까지 복수의 계좌를 가진 투자자들이 눈치게임 끝에 가장 경쟁률이 낮은 곳에 청약하는 풍경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 마지막 날에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마감 시한을 앞두고 경쟁률이 가장 낮은 증권사에 청약해야 가능한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는 증권사 경쟁률에 따라 한 사람당 많게는 2~3주, 적게는 1~2주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