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추진을 놓고 여야 대선후보가 ‘용적률 500% 상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1기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은 150~200% 수준으로, 사업성이 좋지 않아 재건축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겨냥해 여야 대선후보는 각자의 방법으로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각각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두 후보 모두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겠다는 것으로 결론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 이 후보는 최고 용적률이 500%인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용적률은 △1종 전용주거지역 50~100% △2종 전용주거지역 50~150% △1종 일반주거지역 100~200% △2종 일반주거지역 100~250% △3종 일반주거지역 100~300% △준주거지역 200~500% 등으로 규정됐다.
이 후보는 여기에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국토계획법 개편이 필요하다. 또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면 도시 경관을 해치고 주거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하는 건 도시 전체에 대한 주거지역 용도 관리를 개편하는 것으로, 국토계획법을 바꿔야 한다”며 “용적률을 500%로 올리면 도시 난개발이 우려되고, 특히 1기 신도시는 가구수에 맞게 도로와 공원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용적률을 올리면 주거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4종 일반주거시설 신설을 주장하며 “용적률 상향, 층수 제한, 공공기여 비율 등도 유연하게 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비율을 늘리겠다는 기존 공약과 배치된다.
서 학회장은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면 이미 용적률이 500%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기여 비율을 늘리는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며 “인센티브 없이 토지 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건 법리상으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 후보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앞서 윤 후보는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1기 신도시 일부를 용적률 500%가 적용되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3종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겠다는 건데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나 여러 행정기관 단체 장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를 모든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하긴 쉽지 않은 만큼 어느 지역 어떤 단지에 적용할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이라는 공약이 아니어도 기준틀 안에서 충분히 재건축·재개발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안전진단 규제 완화, 재건축 분담금, 기부채납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 비율 등 문제를 풀어낸다면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골격을 훼손하지 않고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