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낮은 대형마트·백화점·학원·도서관·박물관·영화관 등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18일부터 해제된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을 제외한 유흥시설·실내체육시설·노래연습장·목욕탕·식당 및 카페·PC방 등은 방역패스가 계속 유지된다.
정부는 한 달 전 17종의 방역패스 의무적용 대상을 발표하고 이날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민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의대 교수 등의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4일 받아들임으로써 서울에서의 효력이 정지됐다. 반면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는 동일한 내용의 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동시에 내놓았다. 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혼란만 커지자 정부가 방역패스 방침을 긴급히 수정한 것이다.
중대본은 방역패스 해제 시설이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수 있는 곳이고, 침방울 배출도 적어 감염 확산의 우려가 적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방역패스 확대를 결정했던 작년 12월에 비해 유행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역패스 해제 대상에서 빠진 식당과 카페 등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도 정부는 3월부터 시행 예정인 12∼18세 청소년의 방역패스 적용을 유지키로 했다. 확진비율이 높다는 이유인데 혼선이 불가피하다.
17일(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59명 늘었다.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4000명 안팎을 유지하면서 지난달 6000명 이상으로 치솟았던 상황과 비교하면 많이 감소했다. 위중증 환자도 지난달 21일부터 2주 연속 1000명을 넘다가 최근 500명대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진정과는 거리가 멀다.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추세가 뚜렷하다. 백신의 2차 접종률이 인구의 85%에 이르고, 3차 접종도 45.5%까지 높아졌지만, 오미크론으로 백신효과가 무력화되고 있다. 곧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3월 중 확진자가 하루 2만 명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정책의 중대한 기로다.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 정지 판결에서 보듯, 정부의 행정편의적이고 무분별하며 밀어붙이기식 방역대책과 국민기본권이 충돌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국민 모두의 방역수칙 준수 등 적극적인 참여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코로나 방역성과를 거뒀지만, 2년 동안 끝없는 거리두기로 틀어막는 데 급급해온 안이한 방식에 대한 국민 불만과 피로는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정부 방역대책은 이미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전면적인 재검토와 보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하다. 국민기본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부작용과 피해 호소가 속출하는데도 면밀한 검증 없이 백신접종만 강제하는 방역은 더 이상 먹히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