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업계 반발에 공항 주변 5G 개통 연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전경. LA/AP뉴시스

미국 이동 통신사들의 공항 활주로 주변 5세대 이동통신(5G) 중·저대역 서비스 개통 일정이 연기됐다. 5G 서비스에 사용되는 주파스 대역과 항공기 핵심 장비에 쓰이는 주파수 대역이 붙어있어 항공기 운항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사인 AT&T, 버라이즌이 현지 공항 인근 송신탑에서 5G 중·저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려다 이를 다시 연기한다고 전했다. 두 이동통신사는 19일부터 미국 전역에 5G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5G 중·저대역 서비스인 ‘C-밴드(대역)’에 쓰이는 주파수가 현대식 항공기의 핵심 기기에 쓰이는 주파수 대역과 나란히 붙어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5G 중·저대역 서비스와 항공기 주파수 대역이 겹쳐 항공 교란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5G가 항공기 장비들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항공업계 이익단체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4A)도 전날 FAA 청장, 교통부 장관 등에 “5G 중·저대역 서비스의 신호 간섭으로 항공기 수천 편이 이륙하지 못할 수 있다”며 “5G 개통을 연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항공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AT&T, 버라이즌은 개통 하루 전날 공항 주변 5G 중·저대역 서비스 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공항 주변을 제외한 미국 전역 서비스 확장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AT&T 측은 “항공사, 규제 당국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특정 공항 활주로 주변 송신탑의 5G 사용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며 “다른 곳에서는 계획한 대로 5G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이번 연기 조치로 영향을 받는 이동통신 송신탑 수는 AT&T는 약 10개, 버라이즌이 수백 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AT&T, 버라이즌은 해당 대역 주파수 사용 면허를 확보하는 데 670억 달러(약 79조8600억 원)를 지급했다.

한편 일부 항공사들은 미국 이동통신사의 5G 중·저대역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안전 문제를 이유로 미국행 항공기 운항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전일본공수(ANA)는 18~20일 나리타,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뉴욕, LA행 항공편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