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영업 중단 위기' 현대산업개발 내부 신용등급 재설정 검토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동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여파가 금융권까지 번지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도금대출 등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계산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은행권은 현대산업개발의 영업 중단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내부신용등급 재설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사가 PF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PF의 경우 공사 진행 단계에 맞춰 대출이 나가고 중도금, 잔금 등 분양 수익금을 받아서 상환 재원으로 사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건물이 올라가는 비중에 따라 대출이 나가고 중도금, 잔금을 받아 상환한다”라며 “모았다가 상환하면 이자비용이 발생하니 들어오는 대로 상환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화정 아이파크 역시 52% 공사가 진척되며 중도금 대출까지 이뤄진 상황이라 초기 PF에 대해선 일부 상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PF 참여업체들은 원금 회수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PF 원금 회수 부분은 이상 없다”라며 “잔여금액에 대해선 담보가 잡혀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PF 투자 원금 회수 기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PF 참여사들은 현대산업개발과 협의로 일정 회수 기간을 늘릴 예정이지만, 아직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의는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PF에는 보통 책임준공 계약이 이뤄지는데 이걸 못 지키면 시공사에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라며 “공기가 길어지면서 회수 기간 연장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PF는 추가적인 배상금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담당했다. 약 800억 원가량의 중도금을 빌려준 이들 은행은 모두 “현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 중”이라면서도 자금 회수는 큰 무리 없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현대산업개발에서 선(先)납부하고 향후 수분양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이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까지 하고 있다. 향후 분양이 되지 않더라도 시공사의 대위변제까지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동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이 충분해 이미 현대산업개발의 보증이 있는 중도금 대출의 경우 회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라며 “특히 이번 공사의 경우 장기화할 전망이라 중도금 대출 이후 잔금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기간이 길어져 은행으로선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금융권은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이 이전처럼 금융 조달을 쉽게 하진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국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하면서 대부분의 은행이 현대산업개발의 내부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청은 이날 서울시에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징계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징계절차가 시작되면 이르면 다음 달 안으로 1차 행정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의견을 받아보고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영업정지 기간 등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A 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되면 수익과 현금흐름 등에 영향이 있으므로 내부 신용등급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은행 관계자는 “영업중단이 확정되면 수익창출에 문제가 되는 거니 신용등급에 반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 은행 관계자 역시 “대기업 같은 경우 중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평가등급을 매긴다”라며 “다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고려해 신용평가를 할 거라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D 은행 관계자 역시 "평판 리스크가 발생했기 때문에 신용리스크 관련 부서가 추이를 보고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