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제로 달성 위한 필수불가결 기술로 인식
롯데, 두산, 한화 등 앞다퉈 ESS 시장 공략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필수 기술로 인식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급증했다. 급성장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올해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업체들은 지난해 1월~9월 59건의 거래를 통해 55억 달러(약 6조5642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전년 동기 91건으로 12억 달러(약 1조4322억 원)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조달액 기준 4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증가율이 급증한 것은 투자자들이 파리 기후협정의 넷 제로 목표치를 고려하면서 투자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생성하는 일이 중요한데 ESS는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적인 전력생산을 보완하는 핵심 장치다. ESS를 활용하면 발전량이 많을 때 ESS에 이를 저장했다가 에너지 수요가 많을 때 꺼내 사용하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넷 제로 목표치 달성을 위해 2035년부터 신차로 전기차만 판매하게 되며,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지열을 통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3분의 2를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규모의 ESS 확보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국제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매킨지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지나가면 배터리 저장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30년에 ESS 시장 규모가 17배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롯데, 두산, 한화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과 호주 등 해외 ES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롯데케미칼은 바나듐이온 배터리 연구 개발ㆍ제조사인 스탠다드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해 ESS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 발화 위험성이 차단된 배터리다.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내구성으로 고효율 및 고출력이 가능하며 산업용ㆍ가정용 등 ESS의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두산중공업이 미국 자회사인 두산그리드텍과 함께 호주에서 약 1100억 원 규모의 ESS를 수주했다. 수도 캔버라가 있는 수도특별자치구의 제라봄베라 지역에 EPC 방식으로 2023년 3월까지 ESS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미국 텍사스주 북동쪽에 자리한 헌트 카운티에 건설될 스푸트니크 ESS 단독 단지 개발을 진행한다. 이는 한화큐셀이 진행하는 최초의 ESS 단독 개발이다. 또 ERCOT가 운영하는 유틸리티 급 ESS 시장에 참여하여 텍사스 주의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