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유의미한 결론 없이 끝나
이틀 앞으로 다가온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두고 LG화학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울산 공장에서 노조를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다만 유의미한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진통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전날 여수에 있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조와 만나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관련한 노조 측의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노조 측이 신 부회장이 여수공장 현장경영을 하는 날에 맞춰 사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신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된 자리다. 앞서 노조는 서울 LG화학 본사에서 김성민 LG화학 CHO(최고인사책임자) 부사장과 두 차례 면담했고, 당시 김 부사장은 CEO와의 회의 이후 답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관련한 위로금 등 보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부회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유의미한 대답 없이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LG화학이 위로금 명목으로 보상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만큼 큰 규모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결정 전후로 LG화학 내부에서는 사측에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적자 사업’이었던 배터리 사업 부문을 지금의 유망 사업으로 키우는 데 석유화학 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상당 부분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급을 감수하는 등 희생이 있었다는 게 석유화학 직원들의 입장이다.
이런 불만은 2020년 9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하자 LG화학 내부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분할 방식을 택하면서 LG화학 직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우리사주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찍고 거래를 마감하는 것)’하면 1인당 수억 원의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LG화학 주주들도 ‘지주사 디스카운트’ 등을 내세우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이 부문을 분리해 상장하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크게 변동해왔다. 지난해 1월 14일 사상 최고가인 105만 원까지 올랐던 LG화학의 주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61만5000원으로 41.4% 폭락했다. 지난달 30일 신저가 61만1000원을 찍었던 주가는 27% 반등하며 70만 원대로 복귀했지만 최근 60만 원대 중반 수준으로 다시 하락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직접 LG화학 주주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10일 LG에너지솔루션 IPO 간담회에서 권 부회장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2% 가져가게 되는데 최소 60조 원 이상의 가치 있는 주식을 LG화학이 가져가게 된다”며 “단기적인 조정을 거치면 점차 LG화학의 주주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27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공모주식수는 4250만 주(LG에너지솔루션 신주 3400만 주, LG화학 구주 850만 주)다. 여기에 공모가 30만 원을 적용하면 약 12조7500만 원을 조달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