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 식품부 장관)
첫째, 차기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는 위기상황이고 가히 비상사태이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전쟁 등 전통적 위기에다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 위기로 ‘복합 위기’(multiple crisis)를 겪고 있다. 엊그제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은 전통적 전략 무기나 전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역대급으로 생각된다.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자 하나 가히 비상상황이다. 이러한 비상사태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식견과 결단력, 그리고 외교적 역량을 갖춘 대통령이 돼야 한다.
둘째, 차기 대통령은 ‘창업국가’( Start-Up Nation)를 실천할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 현재 경제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해야 하며 올바른 결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세상을 움직이던 시대가 지났다. 글로벌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자칫하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여건과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 1, 2, 3차 산업이 융복합되고 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다. 부국강병의 조건도 변한다. 미래학자인 제롬 글랜은 미래의 부(富)는 ‘토지’에서 ‘존재’로, 미래 권력은 ‘종교’에서 ‘개인’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미래 국가의 새로운 핵심 과제는 ‘창업’이다. 국가를 ‘기업 마인드’로 운영하고 창업을 통한 부국을 만든 성공 사례로 이스라엘을 든다. 자원도 부족하고 사방이 아랍 세력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배워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마인드를 잘 갖추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신(新) 산업’을 만드는 능력을 갖춘 경제 대통령이어야 한다.
셋째, 차기 대통령은 소통 대통령이 돼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적인 소통을 넘어 시대 흐름에 알맞은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의 핵심은 청년과의 소통이며 잘 알려진 MZ세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청년층인 MZ세대는 숫자로는 약 190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MZ 세대들은 종이신문을 잘 보지 않으며 공영 방송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모바일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구독경제, 중고거래 등에 익숙하다. 여유롭게 태어나 자랐으며 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른다. 가치관이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일자리가 없고 자본 축적을 하기 어려우며 미래 부채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이 퍼주기 정책에 박수를 칠 것인가? SNS에 익숙하나 30분이나 한 시간 넘게 진행되는 유튜브는 외면한다고 한다. 이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는 몇 초짜리이다. 누적 조회수 20억 회, 평균 조회수 1268만 회를 기록하는 영화배우 이시영의 틱톡(Tiktok)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몇 초 안에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린다. 이들의 감성과 생각, 재능을 찾아야 하며 이들과 소통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소통 대통령’이 필요한 이유이다.
넷째, 농식품 중요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차기 대통령은 ‘농식품 대통령’이 돼야 한다. 안보 대통령, 경제 대통령, 소통 대통령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먹거리를 다루는 농산업이다. 농산업의 미래가치는 안보와 경제가 합쳐진 복합적 가치를 지닌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농산업은 나노공학, 우주산업처럼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했으며,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농산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기회 앞에 서 있다”고 하였다. 선진국 대통령의 농산업 인식은 ‘미래의 핵심 산업’이다.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나라가 안정된 것은 식품공급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고 수급 불안이나 사회 혼란이 없었다. 의료진의 헌신 못지않게 식품공급이 안정되어 혼란이 없었다. 먹거리 불안으로 사회 불안과 체제 전복을 초래한 사례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이다. 현실적으로 농업인 220만과 농식품 부문 전후방 종사자를 합치면 약 920만 명이 농식품 분야에 종사한다,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귀촌한 인구도 35만 명이다. 이들이 여론을 좌우하고 민심을 주도한다. 차기 대통령은 농식품 산업을 이해하고 종사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8년 공직에 들어와 40년 동안 정부에서 일했다.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를 이룩했고, 김영삼 정부는 ‘민주화’를 추구했다. 김대중 정부는 ‘정보화’를 강조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했다. 일부 민주적 의견 수렴과정이 부족했던 아쉬움이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역대 정부는 박수를 받았다. 입법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5년 단임제로 시간이 부족하여 실패한 정부도 있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 달려 있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다 갖춘 후보는 없다. 최소한 우선순위라도 잘 매겨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