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출범한 서울시 남북협력추진단(추진단)의 올해 사업비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났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북사업 추진이 어려워 집행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추진단은 올해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북협력추진단의 올해 예산은 32억9000만 원으로 지난해 4억1600만 원보다 약 8배 증가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을 맡게 되면서 예산이 늘었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업비는 지난해 129억5600만 원에서 올해 6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비 중 민간경상보조금이 큰 폭 감소했다. 지난해 81억 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27억 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16억 원이 넘었던 ‘남북 체육 교류’도 1억 원으로 줄었다. 시민참여형 평화ㆍ통일 교육 공모사업(10억 원)과 민간단체 등과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공동 추진사업(10억 원)은 올해 기금 운용계획에서 아예 삭제됐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04년 처음 조성됐다. 현재 보유액은 약 300억 원이다. 그간 서울시 기획조정실에서 기금을 운용하다 2018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국 단위로 추진단이 만들어지면서 기금 운용을 도맡기 시작했다. 남북교류협력은 사업비로 2018년 70억 원, 2019년과 2020년은 각각 150억 원을 배정했었다. 지난해엔 129억5600만 원으로 100억 원대를 턱걸이 했었다.
사업비 감소는 얼어붙은 남북미관계와 관련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데다, 북한이 8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남북관계 역시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남북교류가 원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내 여론도 나빠졌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가 몇 년 전부터 진행한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은 물론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추진도 올스톱 상태에 직면했다. 사업 집행률 역시 37%에 머물렀다.
시민단체와 시민사회에 과도한 민간보조금 지원을 뿌리 뽑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 바로세우기'도 사업비 삭감 요인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전통적으로 중앙 정부와 민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영역, 그리고 아직은 행정에 있어 생소한 분야에까지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남북교류 분야에서도 시민단체와 시민사회에 적지 않은 액수가 들어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소속 A 공무원은 "민간경상사업보조금이 2020년에는 100억 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도 81억 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였다"며 "민간이 참여하는 대북사업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한시기구로 2018년 이후 1년씩 존속기한을 연장해왔다. 지난해 4ㆍ7 보궐선거에서 현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업무보고에서 제외되는 등 부침도 겪었다. 결국 올해 10월 31일까지 존속기한을 연장하면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단체경상 보조는 그대로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업무가 달라졌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인 북한이탈주민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