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지만 치솟은 물가 탓에 소비자들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올라도 너무 오른 ‘밥상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에서도 선뜻 지갑을 열기가 겁이 난다고 하소연할 정도인데요.
최근 설 준비를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다는 A씨(영등포구, 40대)는 “설을 앞두고 미리 사놓아야 할 물건들을 챙기러 시장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 고기, 채소, 과일 할 것 없이 그냥 다 올랐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요 설 성수품 28개 품목의 가격은 2013년 20만8084원에서 올해(1월 19일 기준) 26만5552원으로 6만 원가량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대형 유통점은 29만9897원에서 35만7188원으로 비슷하게 올랐네요.
그래도 민족 대명절 설을 맞아 함께할 가족들을 위한 음식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준비해야, 그나마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설에 모이는 가족 수 역시 적어질 것으로 보여 설 상차림도 다소 간소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도 가족들을 위한 명절 상차림에 각종 나물과 고기요리, 과일 등이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 올해 설을 앞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살펴보겠습니다. 농촌진흥청이 25일 발표한 ‘농식품 구매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설 장바구니 품목을 미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올해 설에 많이 구매하는 농산물로 과일은 사과(38.8%), 배(24.8%), 귤(9.4%)이 차지했습니다. 축산물은 국내산의 경우 쇠고기는 등심(19.3%), 양지(17.8%), 갈비(15.6%)순으로 많았죠. 돼지고기는 삼겹살(41.3%), 목심(19.2%), 갈비(16.9%)를 선호했습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꼭 구매한다는 품목은 주로 차례상에 올리는 사과(9.8%), 계란(9.2%), 배(8.2%) 순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비싸면 구매하지 않겠다는 품목은 딸기(8.6%), 파프리카(8.1), 쌈 채소(6.3) 순으로 조사됐다.
그럼 이 품목들을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올해 설 차례상 비용(4인 기준)은 평균 전통시장이 26만2645원, 대형마트는 34만1859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7만9214원(23.2%)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지난 10~14일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각각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비교 조사를 실시한 결과인데요.
그렇다고 무조건 전통시장이 싼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일과 쌀은 대형마트가 15~20% 가량 더 쌌습니다. 정부 비축물량이 나온 데다 대형마트들이 자체 할인행사진 등을 진행한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시장의 경우 대부분 품목이 대형마트들보다 쌌는데요. 특히 도라지, 고사리 등 나물류는 40% 이상 저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른 물가에 상을 차리는데 드는 수고로움까지 더하면 차라리 ‘사먹는게 낫다’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정 간편식(HMR)와 레스토랑 간편식(RMR), 밀키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명절인만큼 호텔 명절 음식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호텔업계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서울코엑스의 올해 명절상 판매량은 지난 추석 대비 150%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호텔 명절상이라고 해서 꼭 비싼 것만도 아닙니다. 재료와 구성에 따라 10만 원대에서 70만 원대까지 다양한데요.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서울 코엑스호텔이 선보인 상품이 79만 원으로 최고가인데, 어적·육적·도미전 등 호텔 셰프의 9가지 차례 음식으로 구성됐습니다. 이 상품은 직원이 직접 배송해준다고 합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 서울’ 호텔의 명절 투고 상품은 11만 원부터 45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한 것이 특징입니다. 롯데호텔 서울도 2월 2일까지 드라이브 스루로 구매 가능한 ‘패밀리 개더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가족이 모여 명절을 지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호텔에서 판매하는 4~6인용 상차림 구매가 늘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밥상물가·인건비를 고려해 ‘사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