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중동 순방 수행단 가운데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했던 국가안보실과 경호처 직원 등 다수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순방 일정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당연히 직ㆍ간접 접촉자로 분류되며,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3일간의 재택근무를 자처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귀국 후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소수의 동행 인력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확인했다. 청와대는 다만 구체적인 확진자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귀국 시 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극소수의 인원이 확진됐을 뿐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이 보고된 뒤 방역지침에 따라 철저히 조치를 마쳤다. 이후 추가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이들로 인한 추가 확진이 나올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은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순방 뒤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음에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매년 해오던 신년 기자회견, 설 귀성 등도 줄줄이 취소하고 일정을 비운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22일 6박 8일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3국 순방을 다녀왔다. 이후 3일간 자가 격리하고 지난 26일 출근했다.
대통령은 방역수칙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격리 면제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3일간의 재택근무를 자처했고, 귀국 후 긴급하게 주재한 26일 코로나 대응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27일로 예정됐던 신년기자회견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어 27일에는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이 당초 설 명절에 양산으로 귀성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이 밝힌 문 대통령의 설 연휴 일정은 방역 대응 관계자들과의 비대면 통화 정도다. 사실상 열흘 넘게 '은둔'에 들어간 셈이다.
이 때부터 이미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순방 일행 중 확진자가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감염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청와대 측에서는 "오미크론 대응 강화를 위해 회견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일 뿐 확진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순방 수행단에서 확진자 발생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문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K-방역의 투명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코로나와 관련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최근 30명 가까운 직원이 확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순방 수행단 확진자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미크론 상황이 심각해 1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은폐가 아니다. 언론에서 물어봤다면 투명하게 밝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