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기후변화의 습격...동계올림픽이 위험하다

입력 2022-01-28 11:24수정 2022-01-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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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현지 스태프들이 선수촌으로 장비를 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동계올림픽이 사라지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출전 선수들은 4년 간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칠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테고, 스포츠 팬들은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에 한껏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겨울철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의 러프버러대학과 캐나다 워털루대학 등 연구진이 기후변화로 인해 동계올림픽과 겨울 스포츠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내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세기 말에는 21개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삿포로 1곳만 남게 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와 이탈리아 토리노, 한국 평창 같은 도시는 금세기 말까지 동계올림픽 개최지에서 배제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2080년대에도 9개 도시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하답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20개국과 지역의 제1선에서 활약하는 선수와 코치 총 3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나왔습니다. 기온과 비, 설질과 적설량에 관해 공정하고 안전한 경기환경 지표를 작성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경기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탈리아 소피아 고지아가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월드컵 활강 중 결승선에서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이징동계올림픽, 사상 첫 100% 인공눈으로 치러져

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기후변화가 겨울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스노 건’이라 불리는 인공 강설기 300대를 이용,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 인공 눈에 의지해 대회를 치르게 됩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에너지와 물을 대량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눈이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며 “대부분의 경기 참가자들은 설질을 예측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인공눈에 대해 자연 강우와 재이용수만 사용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더라도 대량의 물을 사용하면 지역의 물 부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옵니다.

보고서는 “인류가 낳은 온난화에 의해 겨울 스포츠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위협 받는다”며 “기후 상의 관점에서 동계올림픽의 적절한 개최지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 개최 후 개최지 21곳 중 기후상의 조건을 충족해 천연 눈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시는 2050년엔 10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근 동계올림픽 개최지 3곳의 기온 변화 (*실선=현재, 점선=온실가스 배출 저감 시 시나리오) (가디언)

◇동계올림픽 개최지 기온 0.4도→6.3도까지 올라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습니다. 1920~1950년대 대회에서는 개최 도시의 2월 일중 평균 기온이 평균 0.4도였지만, 1960~1990년대는 3.1도, 21세기 대회는 6.3도였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팀을 이끈 워털루대학의 대니얼 스콧 교수는 “겨울 스포츠를 지키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전 세계에서 확보하기 위해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강추위 속 영하의 기온에서 눈 부족 영향 없이 일정을 소화했는데, 당시에도 같은 보고서를 냈던 스콧 교수는 “전통적으로 겨울 스포츠가 활발한 지역 기후는 지금까지처럼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지역은 점점 한정되어 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워털루대학 연구진은 동계올림픽을 여러 차례 개최한 스위스 알프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적으로 감소하더라도 해발 2100m에 있는 알베르빌만이 이번 세기 중반까지 올림픽의 안정적인 개최지로 남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월드컵만 봐도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경기장의 적설량이 적은 탓에 남자 슬라롬 경기에서 프랑스의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인 빅터 무팟-쟌데가 발목을 다치며 끝내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여자 슬라롬 경기도 60명의 출전 선수 중 22명만이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미국 미카엘라 쉬프린이 1월 9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크란스카 고라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월드컵 여자 슬라롬에서 첫 번째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계올림픽 지키라면 기후변화를 줄여라

2010년 밴쿠버는 올림픽 기간에 헬리콥터로 눈을 퍼 날랐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도 온화한 기온 탓에 비상용으로 겨울에 눈을 저장해둬야 했습니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월과 3월 사이에 겨우 2cm의 강설량을 기록한 지역에 스키 슬로프가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에 당국은 4900만 갤런(약1억8548만5177ℓ)의 물을 사용해 전적으로 인공 눈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동계올림픽에 세 차례 참가했던 스노보더 레슬리 맥케너는 가디안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0년 간 스키 리조트의 스노팩과 빙하 두께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여러 측면에서 정말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다국적 비영리 단체 우리의겨울을지켜라(Protect Our Winter, POW) 활동가인 소렌 론지는 가디언에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많은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겨울 스포츠와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며 “낮은 고도에 있는 리조트가 이를 가장 먼저 느낄 것이며 많은 리조트가 이미 문을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많은 산악 지역 사회도 여름 관광에 의존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강설의 연쇄 효과로 인해 부분적으로는 더 많은 가뭄과 산불이 발생해 여름 휴양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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