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 대표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르면 설 연휴 때 봉사활동으로 윤 후보를 간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는 일찍부터 선거판에 뛰어들어 남편의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는 '대선'이란 무대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실상 숨은 권력자이자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이투데이는 후보 배우자가 주요 변수가 된 20대 대선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는 내조 외교의 달인이다. 김 여사가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언론은 '내조 외교'라는 단어를 붙인다.
최근 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 때도 김 여사는 하루 한 차례 단독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알리는 행사에 집중했다. 지난달 16일 두바이 방문 때는 한국의 문화 역사를 소개한 책 250여 권을 중동 최대 규모인 '모하메드 빈 라시드(MBR)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는 사우디 최초 여성대학인 프린세스 누라 대학을 방문해 한국어 동아리 '가람' 학생들과 만나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김 여사는 한글 이름과 한복 입은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진 머그잔을 선물로 줬다.
김 여사의 내조는 외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0년 여야 원내대표와 3자 회동 당시 직접 만든 음식이 담긴 보자기를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건넨 일화는 유명하다. 수해 현장 등 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에는 직접 나가 일손을 돕고 주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김 씨는 2012년 출간한 저서 ‘정숙 씨, 세상과 바람나다’에서도 문 대통령을 향한 내조 의지를 밝혔었다. 그는 저서에서 "나는 남편의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그림자 내조로 유명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 전 대통령을 도와 영부인으로서 활동했다.
김 여사의 내조는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지낼 때부터 정계 입문 후 서울시장까지 계속됐다. 다만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묵묵히 내조에 나섰다.
김 여사는 음식을 통한 내조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을 때는 종로구민에게 직접 만든 닭강정을 선사하기도 했다. 영부인이 된 후에는 직접 만든 송편 등 추석 음식을 들고 경찰들을 만나 격려한 바 있다.
비교적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던 김 여사는 복지보육 분야에 초점을 맞추며 이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여사는 사랑의 밥퍼 봉사, 홀몸노인이나 중증뇌성마비 장애 어린이 등을 위한 봉사에 나서며 대통령이 살피기 어려운 곳에 집중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영숙 여사도 김윤옥 여사처럼 그림자 내조에 가까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건네며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다. 다만 참여정부 중반부를 넘어설 시점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는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과 관련한 일은 본인이 도맡아서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할 당시에는 권 여사가 곁에서 해준 위로가 크게 도움이 됐다.
청와대에 들어선 후에는 여성의 자아실현, 보육, 교육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묵묵히 활동했다. 장애인과 입양가족 등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는 행보에 나섰다. 추석 명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선물과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회고를 통해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 고 이희호 여사는 여성 민주 운동가로 유명하다. 다른 영부인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며 김 전 대통령의 동지로 활동했다.
이 여사는 자신의 꿈이던 남녀평등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영부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김 전 대통령의 공약 중 소외당하기 쉬운 여성에 대한 대책이 들어가도록 노력했고, 여성가족부 출범까지 앞장섰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에도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며 정치적인 역할을 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배우자 손명순 여사는 변함없는 내조로 알려졌다. 영부인 당시에는 공식 역할에만 참석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활동에 집중했다.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 관계자들에겐 직접 시래깃국을 끓여주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에도 손 여사는 "안 추웠는데 춥다"는 말을 반복하며 남편을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 눈에 띄는 영부인보단 묵묵히 역할을 했던 손 여사. 측근들은 손 여사를 치켜세우며 김 전 대통령의 성공에 손 여사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는 잠행 중의 잠행으로 알려졌다. 그림자 내조 이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감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고 전두환 씨의 배우자 이순자 씨가 김 여사를 하대했다는 말도 있다. 언론 인터뷰도 한 적이 거의 없고, 어록조차도 없을 정도다.
이 씨는 영부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우리도 5·18 사태의 희생자"라며 계속해서 망언을 날렸다. 전 씨 못지않은 독재 행각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고 육영수 여사는 남편에게 묵묵히 조언을 건네면서도 큰 잡음이 없는 내조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의 야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사회복지사업에 집중하면서 남산에 어린이회관 설립, 서울대 기숙사 정영사 건립 등에 앞장선 바 있다.
등판이 임박한 김건희 대표는 정치적 행보보단 묵묵히 윤 후보를 돕는 비공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윤 후보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지금까지 쥴리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의 연관성, 허위 경력 기재, 녹취록 파문 등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김 대표를 둘러싼 비판 여론도 잦아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의 활동은 공식적인 행사보단 비공개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부 한 관계자는 "시기가 정확하게 나오고 그런 건 아니다"라며 "기획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대본부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안 정해졌지만, 통상 생각할 수 있는 윤 후보의 배우자로 유세에 동행한다든지, 정치적 행사에 동반하고 이런 방향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며 "조용히 후보 배우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김 대표가) 말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선대본부에서 봉사활동이나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분들과 함께하시는 그런 활동을 비공식적으로 할 수 있지 않으시겠나 생각을 하고 있다"며 "김 대표에게 구체적인 제안이 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개보다는 비공개 쪽으로, 정치적 활동도 할 가능성은 굉장히 작다"며 "선대본부 내에서 아이디어가 당연히 많이 나오고 회의할 때 조금씩 논의하는 것 같긴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이승배 씨도 조력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