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나 환경, 사회적 이슈처럼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제를 각각의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해 시장의 ‘금융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To promote a well-functioning financial system)’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탁자자본주의 본질과 UN 책임투자와 ESG, 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원칙 4의 의미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인생 영화로 꼽는 인터스텔라(Interstella)는 미래 인류가 겪을 기후위기의 참담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오죽하면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하지만 영화 속 가상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호킹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고 유언처럼 당부했다.
그런데 막연한 미래의 공포로만 알았던 기후변화가 ‘자연재해’라는 눈앞의 피해로 빈번히 나타나며 엄연한 ‘현실의 공포’가 됐다.
용어 자체도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서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으로 점점 그 강도가 바뀌는 이유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북 캘리포니아 센터 로사에 살고 있는 크리스티 젠트리 부부는 2017년에 발생한 산불로 3주 동안 대피 생활을 했고 2020년 9월에는 집 옆의 헛간 구조물이 산불로 인해 전소되는 경험을 했다. 이들은 “불만 보면 외상후 스트레스(PTSD) 장애가 생길 정도”이라고 증언했다.
2021년 미국의 ‘폭염’은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팜스프링스 지역의 온도는 섭씨 50.3도를 기록했고 데스밸리 지역은 53도를 웃돌았는데 2022년에는 54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플로리다는 최고 등급 태풍인 5등급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로 엄청난 피해를 겪은 바 있는데 16년이 지난 2021년 8월에는 허리케인이 그 위치를 옮겨 루이지애나 주에 ‘아이다(Ida)’라는 강력한 4등급 태풍으로 상륙했다.
다른 지역이라고 자유로울 리 없다. 단단한 얼음 덩어리로 이루어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까지도 ‘산불’이 불어 닥쳐 남한 면적의 2배를 태웠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의 허난 지역과 일본 규슈 지역에는 엄청난 ‘홍수’가 쏟아졌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대기권 안에서 더운 공기는 위로 차가워진 공기는 아래로 순환되면서 온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온실가스 등이 대기를 덮고 있어서 흡사 돔 야구장처럼 고기압의 딱딱한 껍질이 뚜껑처럼 작용하므로 공기가 식지 못하고 뜨거운 채로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압력솥처럼 계속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열돔 현상으로 지역에 따라 건조하면 산불도 나고 빙하는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 기압 차이로 슈퍼태풍이 갑자기 불어 닥치는 것이다.
경제적인 영향도 살펴보자.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자연재해의 80%는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세계 인구의 10%’로 추산된다. 세계 인구 70억 명 시대에 접어드는 지금 무려 7억 명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다.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산업은 보험 산업이다. 2021년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사 피해액’이 지난 10년 만에 가장 큰 금액에 이르며 그동안의 신기록을 경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1년의 미국의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루이지애나 보험사 2곳이 파산했는데 2만8000명의 고객과 거래하던 곳으로 그 피해액이 최소 2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47조 원)에 이른다. 한국의 보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농작물 보험의 지난 6년간 보험료는 2배 올랐지만 피해 보험금은 20배 증가했다.
이렇듯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불과 홍수로 인해 떠내려간 집, 물건들에 대한 물적피해 뿐 아니라 이를 보상해 주는 보험사의 타격과 파산으로 인해 해당 회사의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의 피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준 은행의 피해, 은행 위기 시 산업계가 맞이할 연쇄 붕괴, 그리고 이들 회사에 투자한 회사들의 파산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의 재앙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대기오염 등의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피해를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라고 한다. 외부 환경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경제 주체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보게 되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한 예이다. 정부의 개입만 아니라 보편적 투자자들의 역할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수탁자자본주의다. ‘외부효과를 내부화(Internalize)’하고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Engage)’해야 한다는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ESG의 재무화’가 이루어진다.
기업이 탄소중립 정책을 실행하도록 유도할 경우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탄소 산업에서 친환경 혁신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Barclays)에 의하면 화석연료 산업은 향후 25년에 걸쳐 33조 달러(약 4경 원)의 매출 하락이 발생할 것이므로 이를 방관할 경우 투자 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하는 산업 설비 시설들의 가치는 점차 하락하므로 자산 가치도 줄어든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입해서 써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2026년부터 추진할 예정인 ‘탄소국경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으로 인해 탄소 배출은 점차 기업의 ‘직접 비용’이 된다.
요컨대 손익계산서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의 가치도 함께 줄어들게 되므로 사회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외부효과가 아닌 기업의 ‘내부비용과 이익’,그리고 ‘자산가치와 기업가치’까지 반영해야 한다.
사회환경의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이라는 경제 주체에게 내부화(Internalize)된다. 수탁자자본주의는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를 또 다른 ‘재무적 가치’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