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성장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 투자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투자 기업은 성장 동력을 찾고, 신생 기업은 혁신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판 삼아 성장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스타트업·벤처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호두랩스에 지분을 투자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목한 신사업 분야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투자금은 약 20억 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원격교육이 주목받으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최근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가는 데다 번개장터가 중고 명품, 스니커즈 분야 등에서 강점을 가진 영향이 컸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2020년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미 에이블리(패션플랫폼), 휴이노(디지털 헬스케어), 만나CEA(스마트팜) 등이 투자를 받았다.
GS리테일은 최근 푸드 스타트업 주식회사 쿠캣에 대한 공식 인수를 발표했다. GS리테일은 구주 매수 및 신주 발행 등을 포함해 약 550억 원을 투자한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도 스타트업 양성을 위해 벤처 투자 회사 ‘카스피안캐피탈’을 세웠다. 관련 스타트업과 시너지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될 성 부른 스타트업·벤처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혁신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산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어서다. 이들 신생 기업은 유니콘기업으로 속속 성장할 만큼 잠재력이 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유니콘 기업은 15곳. 직방과 컬리, 두나무, 당근마켓 등이 유니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7년 3개였던 유니콘은 지난해 15개로 5배 늘었다.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의 예비유니콘은 같은 기간 115개에서 392개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금액은 12조5505억 원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스타트업 누적 투자액은 7조6802억 원이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대기업들의 투자는 단순히 투자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협업으로 이어진다. LG유플러스는 호두랩스의 화상교육 솔루션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 아동 전용 미디어 플랫폼 ‘U+아이들나라’ 내 양방향 독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GS25와 쿠캣마켓 플래그십 매장 출점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신세계그룹도 향후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고려해 번개장터 투자를 결정했다.
벤처업계에선 스타트업·벤처 투자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인 정비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금산분리 벽이 일부 허물어지면서 대기업 지주사가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며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들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선 복수의결권 도입 같은 정책 검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