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이른바 ‘카카오 형제들’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먹튀(먹고 튄다)’ 논란에 의무보호예수(지분매각 제한) 해제가 겹쳐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카카오페이는 오전 9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3.21%(4000원) 오른 12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5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지난 3일에는 장중 7.14% 급락해 52주 최저가(11만7000원)를 찍었다. 52주 최고가(24만8500원)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52.91% 주저앉은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경영진 주식 먹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8명은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들은 차익 챙기기에 급급해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줬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내리막에 접어들었고 신뢰와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됐다.
엎친 데 엎친 격으로 보호예수 물량도 시장에 풀렸다. 3일에는 기관투자가들이 ‘3개월 의무보유’를 약속한 222만2087주가 해제됐다. 기관들 물량의 23.8%에 해당한다. 같은 날 기관들은 492억 원어치의 카카오페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더 큰 문제는 보호예수 물량이 줄줄이 해제된다는 점이다. 3월엔 17만874주, 4월과 5월에는 각각 13만4199주, 169만7924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종료된다. 보호예수 물량이 나오면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도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당장 오는 7일 1억5081만3725주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이 만료된다. 최대주주인 카카오 1억2953만3725주에 케토홀딩스와 IPB Ltd가 각각 보유한 1064만주가 해당된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먹튀 논란의 유탄을 맞으면서 지난달 27일 52주 최저가(3만9550원)까지 고꾸라졌다.
이날 같은 시각에는 1.57%(650원) 오른 4만2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장중 하락 전환을 보이는 등 출렁이는 모습이다. 현 주가는 52주 최고가(9만4400원) 대비 55.50% 떨어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적 부진도 주가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분기 543억 원 안팎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시장 예상치(647억 원) 대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4분기에는 플랫폼 수익이 많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주가 반등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오는 8일과 9일 나란히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