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장을 깨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을 뚫고 올라섰다.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곳곳에서 상승(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안팎을 맴돌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는 빨라도 1분기 말께 진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4일 오전 10시 12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10전 내린 120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199.30원까지 빠진 뒤 재차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3거래일(종가 기준)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한 달간 1187.30~1206.40원의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움직였다. 사흘 연속 1202원 이상에 머무르기도 했다.
3일에는 1206.40원에 마감해 2020년 6월 23일(1208.8원)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잠시 하락 전환했지만, 이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상대적인 조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유로화 강세 영향에 하락하고 있다”며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유로화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ECB 소속 위원들 전원은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장기적인 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이 앞선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지난번 발언은 사라졌다.
시장은 1달러=1200원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200원은 그동안 심리적 저항선이자 경제 위기의 징후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도 1200원이 쉽게 뚫였다는 점에서 원화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환율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상승, 물가 상승 압력에 미국이 금리를 빠르면 오는 3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드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매파(긴축 선호)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원화의 뚜렷한 강세 흐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1분기 말~2분기 초에 순환적인 원화 강세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계절적으로 수출 금액이 증가하는 시기인데다 봄으로 갈수록 경상 수급도 호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적인 달러 강세 여부는 오는 3월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2분기 초를 지나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은 ECB 등의 통화정책 여파에 의한 달러 약세의 결과”라며 “3일 확인한 달러 비드(매수)의 단단함은 하락 속도를 완만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외에서 달러는 1200원 초반 구간에서 하단을 지지받고 있다”면서 “1190원 중후반 수준이 지지선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