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령자의 조기 은퇴 주된 요인이 연금 혜택과 건강보험 및 건강상태의 변화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퇴직한 상당수의 고령자가 여전히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지 않고 있어, 미국의 노동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6일 해외경제포커스 '미국 고령자 조기 은퇴 현상의 주요 요인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에서 미국의 고령자 패널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체 고령층 근로자 중 약 48%가 감염병이 근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 중 42%(전체의 20.4%)는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자 중 67.1%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지만, 9.4%는 여전히 실업 상태였고 23.5%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됐다.
이 같은 대규모의 일자리 단절이 고령자의 은퇴 및 실업으로 이어졌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직전 조사 대비 경제활동참가율 및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미국 HRS(Health and Retirement Study) 기준 경제활동참가율은 2018년 52.0%에서 2020년 47.0%로, 고용률은 49.9%에서 44.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2.1%에서 2.7%로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이번 연구에서 조기 은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기존 연구와 다른 요인을 발견했다. 기존 연구들은 고령자의 조기 은퇴 현상을 촉발한 주요 요인으로 자산가격 상승, 정부 이전지출 확대, 건강에 대한 우려, 교육 수준 등을 꼽았다.
하지만 새 요인으로 △직장연금 수급 축소 △건강상태 악화 △건강보험 축소가 확인됐다. 기존 연구에서 언급한 자산가격 상승과 정부 이전지출 확대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현 직장에서 연금 혜택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큰 폭으로 축소했다. 직장연금 수혜자 비율은 2018년 47.8%에서 2020년 27.4%로 대폭 줄었다. 통상 연금이 보장될 경우 미래를 위해 현재 지출을 줄이고 근로 의욕을 돋운다. 연구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직장에서 연금 혜택을 줄이자 근로 대신 은퇴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코로나 19로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한몫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건강상태가 '좋음'을 유지하는 비율이 2016~2018년 90.5%에서 2018~2020년 90.2%로 줄었다. 반면 건강상태를 '나쁨'으로 유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0.9%에서 1.1%로 늘었다.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졌고, 이에 감염 동선과 겹치지 않게 은퇴를 선택하는 비율 또한 늘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는데 건강보험 혜택이 줄어든 점도 은퇴를 부추겼다. 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건강상태가 악화했어도 직장 건강보험이 있다면 근로자는 근로 의지를 갖는다. 한은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일자리와 연계된 직장 건강보험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이 없는 근로자에 비해 노동시장 이탈 확률이 7.8% 줄어든다. 수익성 악화로 기업이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이 줄자 근로의욕을 상실, 은퇴 결정을 내린다는 설명이다.
기존 연구에서 은퇴 원인으로 꼽았던 순자산 및 이전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정부는 대규모 유동성을 풀었고, 고령층의 실질 순자산 규모가 2018년 대비 약 4.0% 상승한 상태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지원책들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지만, 해당 연구는 불확실성이 크거나 일시적인 소득 변동이 고령층의 은퇴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은 연구를 통해 "자산 규모가 일정수준 이하일 경우에는 높은 자산 규모 상승을 경험해도 근로소득을 대체하기 부족할 수 있다"라며 "상당한 규모의 자산보유자는 자산가격의 추가적 상승이 노동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자산을 가진 고령층은 자산 가격이 상승해도 월급을 대체할 수익이 나지 않고,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은 이를 기준으로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은퇴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향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경우 고령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한은은 연구를 통해 "이 경우 고령자가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여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리적ㆍ심리적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라며 "또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생하는 인적자본 손실로 이들의 근로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라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