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무순위 줍줍' 인기 시들
청약통장 가입자 넉달째 감소세
서울에 이어 인천, 경기의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가운데 청약 시장 열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 집 마련’ 수요가 대거 몰려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까지 치솟았는데 올해는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여러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넉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총 공급물량의 35%가 미계약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자이 더 스타’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결과, 총 84가구 모집에 765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9대 1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송도 자이 더 스타는 평균 분양가가 9억 원대 중반으로 높아 당첨자의 35% 수준인 약 530가구가 미계약됐다. 청약에 당첨되고 계약을 하지 않으면 10년간 재당첨 기회가 제한되는데도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이후 송도 자이 더 스타는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했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고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지난해만 해도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나왔다 하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주인을 찾아갔지만, 대출 규제 강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하락 등으로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Ⅰ’은 8일 여섯 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에비뉴 청계Ⅰ은 지난달 3가구 모집에 289명이 몰려 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완판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다시 3가구 주인 찾기에 나선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최초 당첨자는 물론 예비 당첨자까지 계약금을 내지 못해 다시 청약을 접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의정부 ‘의정부역 리버카운티 아파트’도 3일 여섯 번째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다섯 차례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2가구의 주인을 찾지 못해 이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평균 경쟁률 6대 1을 기록했다.
이처럼 청약 당첨 후 계약하지 않거나 여러 차례 청약을 받아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청약통장 가입 건수도 덩달아 줄어드는 모습이다. 현재 청약통장 가운데 신규 가입이 가능한 유형은 종합저축뿐인데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8월(10만9177건), 9월(10만1685건) 2달 연속 10만 건을 돌파했다가 10월 6만5911건으로 꺾인 뒤 11월(4만6465건), 12월(2만3756건)에는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여전히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청약은 안정적인 전략이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 강화로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 마련이 어려운 수요도 많아졌고, 집값 상승세 둔화로 매수에 신중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입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부담 가능한 현금이 있는지 파악한 후 청약에 뛰어드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