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땐 임대차계약 중도해지 가능
주요상권 임차인 계약 해지 움직임
임대인 "우리도 피해자…희생 강요"
전문가 "재산권 침해요인 있을수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상권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가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영업정지로 불가피하게 폐업한 임차인들에게 계약이 끝나지 않아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이에 일각에선 애꿎은 임대인들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집합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받아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상가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M공인 관계자는 “최근 명동 주변 점포들에서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임차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명동 상가 임차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보니 임대료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계약을 취소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4일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상가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즉시 시행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는 임차인들에겐 숨통이 트인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정부로부터 집합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3개월 이상 받아 폐업한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임대인이 중도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여겨 소송을 제기하거나 분쟁 조정을 신청할 경우 임차인은 방역 조치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통고받은 뒤 3개월이 지난 뒤부터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걱정이 큰데 계약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들에게 큰 이점”이라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을 임대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인 역시 임차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가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모두 하락했다. 중대형 상가는 0.21%, 소규모 상가는 0.22%, 집합 상가는 0.21% 각각 떨어졌다. 서울 대표 상권으로 불리는 명동의 경우 중대형 상가 기준 3.3㎡당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74만2500원에서 4분기 62만9640원으로 약 15% 줄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인은 본래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임대료를 못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산권 침해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계형 임대인 등 임대인이라고 해서 임차인보다 무조건 강자는 아닌데 세입자 편에서만 바라본 정책”이라며 “한쪽의 입장만 들어준다면 시장경제 질서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도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상가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와 계약해지 관련 분쟁조정위 접수 건수는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전체 1만5043건으로 2020년 1만4630건 대비 413건 늘었다. 지난해 계약해지와 관련해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에 접수된 건수는 53건으로, 이 역시 2020년(26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임대인 역시 힘든 만큼 양쪽 입장을 모두 고려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