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상환 부담에 재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대출 부실 등 부작용을 우려해 지원 종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선 상환 불능 상태에 놓인 기업과 자영업자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 지원 규모는 총 272조2000억 원(작년 11월 말 기준)이다. 만기연장은 258조2000억 원, 원금유예 13조8000억 원, 이자유예 23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원은 당초 같은해 9월로 시한을 정하고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하면서 3차례나 연장됐다. 종료 시점은 3월31일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대출로 버텨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유예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서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에 손을 든 중소기업은 87%에 달한다. 특히 51.7%는 추가 유예가 종료되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아 메꾸는 악순환에 놓이는 셈이다. 구매대금과 인건비, 임차료 지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 중소기업도 30.7%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자금난으로 금융권에 손을 벌릴 가능성이 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오미크론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며 “대출만기와 이자유예를 추가 연장하고, 금리인상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안에서도 일률적 셧다운은 자금 부담을 악화시켜 기업의 도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유예 종료 원칙으로...“연착륙 방안은 필요”
정치권에선 대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김이 세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질서있는 정상화’를 위해 만기연장·상환유예의 내달 종료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 금융권은 다음주부터 지원 종료 이후 대책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유예 조치 장기화가 잠재적 대출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원을 종료해 리스크를 점검하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열린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지원 조치가 장기화되면 한계차주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 부실 초래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영일 NICE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도 “지속 연장시 부실위험이 과도하게 누적될 수 있다”며 “과도하게 높은 민간부채는 거시적 안전성을 위협하는 만큼 유동성을 관리해 부채를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상환 시점 분산과 분할 상환, 이자 감면 등으로 부실 위험을 줄이고, 상환 불능에 직면한 기업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연착륙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면서비스업 소상공인만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대상으로 제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은 원금·이자유예 조치를 우선 종료하는 방식도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