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고승범, 통화정책 과제 한목소리…“K자 회복 우려·폴리시믹스 필요”

입력 2022-02-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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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9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금융위원회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놓고 ‘K자 형태 불균등한 회복’과 ‘금융정책과의 폴리시믹스(정책 조합, Policy Mix)’를 각각 제시했다. 이 총재와 고 위원장이 한 자리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 이주열 “불균등 문제 해소 과제” 고승범 “정책 균형 노력해야”

이주열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경제금융협력연구위원회가 개최한 ‘제1회 한국금융정책 다이얼로그’에 참석해 발제자로 나섰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시대의 통화정책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고 위원장은 ‘최근 경제·금융여건과 2022년도 금융정책 방향’을 각각 주제로 삼았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운용 과제로 ‘K자 형태의 불균등한 회복’ 우려를 꼽았다. ‘K자형 회복’이란 고소득 계층은 경제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침체가 오히려 더 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은 시중 유동성 상황 등에 비춰 현재의 금융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라며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유연성을 가지고 완화 정도를 적절히 축소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의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인 동시에 취약계층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제약 요인”이라며 “경기회복 과정에서 온기를 함께 느껴야 하는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재화 소비와 서비스 소비에서 나타나는 불균등 문제가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고 위원장은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간 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고 위원장은 올해 금융정책의 기본방향을 금융안정 유지·금융발전 유도 및 역동성 제고·포용금융 및 금융 신뢰 확대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균형된 경제정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정책 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한 방향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코로나19라는 긴급 상황에서 추진한 조치들에 대한 질서 있는 정상화 과정에서, 정책효과를 감안한 폴리시믹스(Policy Mix)는 필요하고 유효하다”고 말했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고 위원장은 “서민금융을 접근하는 데 있어 너무 과도한 빚을 지게 하는 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자산형성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고 본다. 있을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 속도 적절한가” 금융사 CEO·학계, 통화정책 놓고 ‘우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억제 효과보다 실물경제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는 “코로나 이후 미국은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지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그럴 수 없었다”라며 “미국은 그 결과 선순환 구조로 진입했고, 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억제를 해도 되나, 우리나라의 경우 수요억제는 시기상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동성 버블은 문제이나 금리 인상에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실물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신중모드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한다. 윤열현 교보생명 대표이사는 “불균등한 K자 회복, 양극화 확대 하에서 금리 인상의 스피드가 적절한 것인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금리 인하기에서 정상화 과정으로 이행하는 데 있어 금리 인하 시기의 긍정 효과도 있었지만, 자산가격 급등현상도 있었다”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정상화 경로에서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비대칭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통화신용정책의 변화는 자산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초래한다”라며 “파급경로도 복잡하고 금리정책효과의 비대칭성 문제도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경제 주체들의 리스크 태스킹(Risk Taking), 위험 추구행위가 과도한 현실에서 금리정책의 로드맵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위경우 한국금융학회장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과 밸런스를 유지하고 또 선별적 정책이 가능할지 관점이 상이할 수 있어 정책당국과 한은과의 조율이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석 전 의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은은 인플레 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데 확대재정으로 정책의 엇박자가 있다”며 “거시경제정책의 정책 혼선과 인플레 억제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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