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리용역 공고에 응찰자 '0'…시스템 점검 허술
올 1억9400만원에 뒷북 재공고…"감리용역 예산 현실화"
빈번한 오류로 자영업자의 불만이 폭주한 손실보상 사이트와 손실보상 선지급 사이트가 시스템 구축 과정을 점검하는 ‘정보시스템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달 여 정도의 짧은 기간에 적은 인력으로 손실보상 시스템을 제작한 데다, 사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보시스템 감리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업무이다. 지난 2007년부터 5억 원 이상의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은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시스템 구축 감리가 의무화됐다.
7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시스템 감리가 이뤄지지 않은 건 낮은 예산과 감리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용역을 맡으려는 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예산 7284만 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 감리 용역을 공고했으나,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어 무응찰로 유찰됐다.
소진공은 이후 해당 사업 추진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달 24일에 예산 1억 9400만 원 규모로 가격 산정을 다시 해 용역 공고를 나라장터에 사전 규격을 공개했다. 사전규격 공개란 입찰 공고 전에 물품 및 용역의 구매 규격을 공개해 업계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해당 용역의 사전 규격 공개는 1월 30일자로 마무리됐으며, 지난 3일부터 본 입찰을 공고해 오는 16일 마감될 예정이다.
조창희 정보시스템감리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손실보상 감리 용역의 경우 사업 규모가 크고 어렵지만, 예산이 작아 적자를 볼 게 뻔하니 들어가는 업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소진공이 나라장터에 공고한 감리 대상 사업의 총 사업비는 45억 원이 넘지만, 감리 사업 예산은 7284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소진공이 공고한 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감리 업체는 계약일로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약 3개월간 감리원 2인 이상이 주 2회 이상 상시 감리를 해야 한다. 또 종료 단계에서는 감리원 6인 이상이 5일 이상 종료 단계(현장) 감리를 실시해야 하는데, 높은 IT업계의 인건비를 고려할 때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
또 올해 진행되는 감리 용역은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3단계 감리’ 대신 그보다 약식인 ‘2단계 감리’로 이뤄진다. 사업비를 증액했음에도 3단계 감리를 진행할 만큼의 규모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3단계 감리는 요구사항 정의서를 제출받은 뒤 계약 문서에서 정한 과업 내용이 적정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선행되지만, 2단계 감리에서는 이 과정이 빠진다.
조창희 상근부회장은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라 감리 단계별로 산출 방식이 정해져 있다. 예산 규모에 맞추다 보니 약식인 2단계 감리를 진행했을 것”이라면서 “공공정보화 산업 전반에 감리 용역 예산을 증액해 현실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월 24일부터 지급이 이뤄진 손실보상 선지급 시스템은 기존 손실보상 시스템과 별도로 구축됐음에도 감리 용역이 발주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소진공은 시스템 구축과 마찬가지로 감리 역시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에 따라 감리 용역 절차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감리 용역 유무가 손실 보상 시스템을 비롯해 정부 공공정보화 산업에서 발생하는 잦은 오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스템 감리를 철저히 해야하고 구축 과정뿐 아니라 운영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