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단을 이끄는 있는 윤홍근 단장의 말입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벌어진 편파 판정에 단단히 뿔이 났네요.
한국은 이 문제를 국제 스포츠중재 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는데요. 올림픽 기간 중 CAS를 찾은 건 19년만입니다. 그간 숱하게 메달을 빼앗겼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인데요.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역대 메달 도둑들을 알아볼까요.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입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30여 년 간 2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세계 1위입니다. 그래서 늘 애매한 판정에 시달리죠.
그 시작은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나온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입니다.
마지막 바퀴를 돌던 안톤 오노는 김동성에게 추월당하자마자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김동성이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표현이었죠. 김동성은 1위로 들어왔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좌절했죠. 자신이 실격패 당한 것입니다. 명백한 오심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여자 계주 3000m 결승전에서도 메달을 빼앗겼는데요. 마지막 4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김민정이 코너를 돌 때 중국 선수와 스케이트 날이 부딪혔는데, 심판은 이를 '진로 방해'라고 봤습니다.
4년 뒤 소치 올림픽에서는 박승희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박승희는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요. 2위로 달리던 크리스티가 넘어지면서 박승희를 잡아챘습니다. 펜스에 충돌한 박승희는 다시 일어서 달렸고,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죠. 크리스티가 실격 처리되면서 값진 동메달을 얻었습니다.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독립한 CAS는 국제 스포츠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소입니다. 약물이나 출전자격 등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ㆍ법률 전문가들이 모여있죠.
우리나라가 CAS에 처음 제소한 건 2004년 아테네 여름올림픽인데요.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 출전한 양태영이 미국의 폴햄에 0.049점 차로 밀려 금메달을 내줬습니다. 심판 한 명이 가산점 0.2점의 연기를 0.1로 계산한 게 문제였죠.
국제체조연맹은 오심을 인정했으나 CAS는 “심판의 실수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번복 대상이 아니다”라며 제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2년엔 런던 여름올림픽에도 억울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펜싱 신아람의 여자 에페 준결승 경기 도중 심판이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적용했는데요. 1초 동안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은 네 번이나 공격했습니다. 이는 득점으로 연결됐고 신아람은 역전패당했죠.
세계 피겨 역사를 다시 쓴 김연아도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치고도 144.19점을 받아 은메달에 그쳤는데요. 대기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던 김연아의 모습이 포착돼 많은 국민이 가슴 아파했죠.
1위는 합계 224.59점을 받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차지했습니다. 그는 프리에서 더블루프 점프 실수를 범하고도 149.95점을 얻어 편파판정 논란을 낳았죠.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까지 그가 경기력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한빙상경기연맹(ISU)에 항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규정상 불가능했습니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라 적절성을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제소할 경우 ’한국이 심판 권위를 흔들고 있다‘는 오해를 사 남은 경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죠.
당시 체육회는 CAS 제소를 검토했으나 “판정에 부정이 개입했거나 의도적인 잘못이 아니면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국제변호사 조언에 따라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