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사상 최대 36억 달러 금융 압류…부부, 비트코인 세탁혐의로 기소

입력 2022-02-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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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해킹 비트코인 12만개 자금세탁 혐의
피해액 당시 7100만 달러, 이후 가격 올라 현재 45억 달러 달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가상화폐)이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올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가상자산(가상통화) 관련 범죄로는 사상 최대 자산 압류를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뉴욕에 거주하는 일리야 리히텐슈타인(34)과 아내 헤더 모건(31)을 11만9754개의 비트코인에 대한 돈세탁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하고 36억 달러(약 4조 3059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류했다. 이는 법무부가 집행한 금융 압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리자 모나코 법무차관은 성명을 통해 “이들의 기소와 자산압류 결정은 가상자산이 범죄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도난당한 비트코인 피해액은 당시 기준으로 71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는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현재 가치로는 45억 달러에 달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압류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것은 도난당한 11만9754개 비트코인 중 약 9만4000개만 회수됐기 때문이다.

모나코 법무차관은 이들 부부 체포 후 “법무부가 가상자산 ‘생태계’를 단속하는 데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상자산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널리 채택되게 하려면 그 생태계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는 돈세탁 혐의로 최대 20년, 미국 정부를 속인 혐의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6년 비트파이넥스라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킹으로 도난당한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으로 넘겨받은 뒤 가짜 신분으로 온라인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암시장인 ‘다크넷’과 각종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자금을 인출했다. 이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거래를 하기 위해 거래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들은 수백만 달러를 비트코인 자동 입출금기(ATM)를 통해 인출해 금과 대체불가능 토큰(NFT), 월마트 기프트카드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히텐슈타인은 링크트인에서 자신을 IT 기업의 에인절 투자자이자 여러 스타트업의 고문으로 소개했다. 트위터에서는 가상자산 동향과 NFT 등 가상자산 관련 기술의 진화와 같은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이들 부부는 비트파이넥스 해킹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20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는 해킹 이후 비트코인의 복잡한 이동 과정은 상세히 서술됐지만, 해킹 용의자가 비트파이넥스에서 2000건이 넘는 무단 거래를 했다는 것 외에는 누가 가상자산을 해킹하고 훔쳤는지에 대한 단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방검사 출신인 알리 레드보드 TRM랩스 법률 책임자는“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수사 당국의 가상자산 흐름을 추적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를 추적하는 당국의 도구도 진화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홍콩 소재 비트파이넥스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발행사의 계열사다. 비트파이넥스는 성명을 내고 도난당한 비트코인 회수라는 권리 행사를 위해 법무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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