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李·尹에 작심발언한 김종인…이재명 조력 가능성엔 “찾아와서 만났을 뿐” 일축

입력 2022-02-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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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후보 간 단일화엔 “시기 많이 놓쳤다”
“李·尹 누가 돼도 모두 암울”
尹 적폐 수사 발언엔 “후보로서 그런 말 적절치 못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투데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현 정부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후보로서 그런 말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비공개 회동을 가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조력할 가능성에 대해 “(제가) 특정 정당 소속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진행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기념 청년 포럼 후 윤 후보의 현 정부 적폐 수사 발언에 관해 “후보로서 안했으면 좋을 뻔했다. 이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있었던 사람인데 그러면 그때 생각과 지금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냐. 그때는 적폐를 몰랐을 건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서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은 여러차례 등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삿말에서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주장해온 적폐청산 연결 과정으로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 얘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또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숙련된 사람이었으면 그런 소리가 안 나왔을 것”이라며 “무의식 중 나온 것이라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이재명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점에 대해 “제가 사실 아는 사람이 찾아오니까 만나서 상식적인 얘기한 것”이라고 지지 가능성으로 확대할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국민 한사람으로서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 하겠다는 것”이라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 시기를 많이 놓쳤다. 1월부터는 논의가 시작돼 이미 마무리 돼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를 위해서는 특정 사안과 목표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지 숫자(지지율) 이득을 보려고 합해야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여야 후보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며 “(국민들이) 이번 대선은 최악 중 최악이니 차악조차 없는 선거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양당 후보 중 하나가 당선될텐데 누가 돼도 나라 앞날이 암울하다”라며 “누구는 가족과 이념 집단이, 누구는 일부 측근이 문고리 소(小)통령 행세를 할 것”이라고 각각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한쪽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폭주할 게 명백하다. 나라는 더욱 둘로 갈라지고 야당은 존재 의미조차 사라질 것”이라며 “다른 한쪽 후보가 당선돼도 그렇다. 우리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지고, 임기 5년 가운데 초반을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한다”고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말로는 공동 연합정부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역대 정권이 연합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정치구도 자체가 약탈적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꼽았다.

김 전 위원장은 “야당은 어떻게든 여당을 주저앉혀야 다음 정권을 가져올 수 있으니 협조보다는 더 치열하게 공격하는 게 이익이란 게임의 룰을 갖고 있다”며 “여당은 어렵게 쟁취한 권력을 야당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대통령 개인이 그런 생각을 가질지 몰라도 측근과 지지자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권력을 자신들 전리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악착같이 독점하려 한다”고 날을세웠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권을 보면 대선 후보가 어떤 전문 용어 아냐 모르냐, 배우자가 어떻고 아들이 어떻고 이런 일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문제의 핵심에는 조금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네거티브 이슈들에만 집중되는 최근 대선 국면을 지적했다.

또 “누가 당선되든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권력구조를 누리다가 측근이 똑같이 부패와 전횡을 일삼고, 똑같이 실패한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희망은 다시 5년, 10년 뒤로 후퇴한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탄핵당하는 대통령이 또 나와야 탐욕스러운 정치구조를 바꿀 것인지 답답하고 암담하다”고 대통령제 개편에 힘을 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여야 후보 간 TV토론에서 합의한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한심한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에 있을 때도 국민의힘에 있을 때도, 저출산 인구구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가의 정상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한 혁명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어느 대통령이든 이런 문제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당장의 자신의 성과가 아니기 때문에 용어만 그럴듯하게 연금개혁을 내세운다”며 “국가를 다시 디자인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투데이)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송언석, 배준영, 성일종 의원,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후보는 같은 시각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

송 대표는 인사말에서 김 전 위원장의 또 다른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언급하며 “얼마 전 독파하고 제가 몰랐던 우리 현대사의 뒷이야기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일 때는 여당이 계속될 것이란 생각으로 접근하고, 야당일 때는 야당의 관점에서만 보는 경우가 많다”며 “김 전 위원장의 책에는 40년 넘게 각 권력의 부침을 본 경륜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은 ‘김종인 조항’이라고 말할 정도”라며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호 주택 공급을 비롯해 많은 인프라가 진행됐는데 그 배후에 김 전 위원장이 경제수석으로서 유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서 여러 식견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평소 존경하고 흠모해 마지않는다”라며 “대한민국 정치를 전체적으로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부의장은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며 “4·7 재보궐선거 압승은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 전 위원장의 혜안과 통찰력, 리더십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더 정성을 다해 모시고 받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곁에 계셔주신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과 가르침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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