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지아인이 우크라이나군에 들어간 이유

입력 2022-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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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조지아 출신의 마무카 마물라슈빌리는 러시아를 상대로만 네 번이나 전투를 치른 베테랑 군인이다. 그는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도 전장을 누볐다. 그랬던 그가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편입됐다.

그가 맡은 임무는 우크라이나에서 조지아인으로 구성된 부대를 이끄는 것. 이미 100명이 넘는 조지아인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러시아의 공격 당시 겪었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던 2008년을 기억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 있다. 우크라이나만큼은 자신들처럼 외면 속에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조지아는 2008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 당일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했고 전투는 단 5일 만에 끝났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간 1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이 예언한 다음 희생자는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도 전쟁의 아픔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은 2014년 크림반도를 놓고 러시아와 전투를 벌였고 결국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강제 병합됐다. 당시 소셜미디어에선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 전사자의 휴대폰으로 그의 가족에게 전사 소식을 전하는 영상이 공개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 상황에서 세계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본지에서 꾸준히 나토 관계자에게 현 상황을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러시아와 논의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뿐이다.

그럼에도 마물라슈빌리는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집중되고, 그 결과 곳곳에서 입대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현 상황을 2008년보다 낙관적으로 평했다. 그의 발언엔 부러움마저 느껴졌다.

과거 미얀마 쿠데타 때도, 아프가니스탄 사태 때도, 이번에도 결국은 관심밖에 없었다. 한때 국내에서 왕따 피해를 막기 위해 “멈춰!”를 외치라던 캠페인은 비웃음을 산 적 있다. 지금 미국과 나토를 향한 ‘구체적 대안 없이 말뿐’이라는 지적도 맥락은 비슷하다. 하지만 멈추라는 경고는 사고가 벌어져야 조치할 수 있는 국제사회에선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이 제시한 침공 예상 시점은 16일이다. 우린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멈춰”를 외쳐야 한다. koda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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