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가 결국 4차 접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방역 상황이 한계에 임박한 가운데 백신의 예방 효과보다는 위중증·사망자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이번 결정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5만7177명 늘어 누적 146만2421명이라고 밝혔다. 엿새 연속 확진자 수 5만 명대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확진자는 당분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전자증폭(PCR) 검사 여력 부족으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선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확진자는 집계된 숫자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내달 초 최대 36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고민하던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면역저하자와 요양병원·시설 입원자나 종사자에게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자는 약 180만 명이다.
3차 접종 후 시일이 지나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점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보건당국이 60세 이상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차 접종 이후 12주가 지나면 효과가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영국 조사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3차 접종 후 15주가 지나면 효과가 20~40% 수준에 그쳤고, 입원예방 효과는 10~14주가 지나면 70~80%로 떨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응급실이나 긴급치료 클리닉을 찾아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확률이 3차 접종 후 4~5개월이 지나면 66%, 5개월을 넘기면 31%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세 차례나 백신을 접종하고도 입원·사망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외에서도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4차 접종을 시행하거나 권고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나이나 기저질환에 따라 mRNA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4번째 백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돌파감염이 이미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위중증이나 사망 환자를 줄여 의료붕괴를 막는다는 전략에 쏠려 있다. 4차 접종을 면역저하자 및 요양병원·시설 대상자로 한정하고 의료진이나 일반 국민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차 접종은 고위험군에서의 중증·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사망에 대한 위험도가 높지 않은 집단에 대한 4차 접종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백신의 예방 효과보다는 위중증·사망자 감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KBS1 TV '긴급진단 : 오미크론 방역전환, 총리에게 묻다'에 출연해 "지금 사용하는 백신은 최초에 발생한 바이러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변이가 일어날수록 감염을 막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백신 접종 목표가 중환자, 사망자 발생 감소로 바뀐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등장하는 만큼 기존 백신을 반복적으로 접종하는 전략의 효용성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전략 책임자 마르코 카발레리는 한 달 전 브리핑에서 "짧은 간격 내에 반복적인 백신 접종은 지속 가능한 장기적 전략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4개월마다 부스터샷을 접종하면 면역 체계에 지나치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속·반복적인 접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4차 접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스라엘에서 4차 접종을 완료한 60세 이상을 조사한 결과, 중증은 3~5배, 감염은 2배 이상 예방한다고 발표한 사례를 언급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현재 4차 접종을 이미 시행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중증 이상반응 사례 또는 접종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서 특별한 보고가 되고 있지 않다"면서 "안전성에 대한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