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작된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이 첫날부터 여러 사건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 후보는 물론 배우자 이슈까지 터지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사고까지 발생하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 전복 사고였다. 15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부산진구에서 지하차도(굴다리)를 지나던 이 후보의 유세차량이 천장과 부딪히며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인 지역 구의원 등 2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1t 화물트럭 위에 3m가량의 무대 장치를 설치해 차고가 높아진 차량이 지하차도에 진입하려다 천장에 부딪힌 것이다.
오후에는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 정차해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세차(40인용 버스)에서 운전자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대위원장 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LED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로 인한 질식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선거 운동 하루 만에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자 여야 후보들이 16일 일제히 유세차 스피커를 끄고 ‘조용한 선거 운동’에 들어갔다. 유세 현장에서 터진 인명 사고에 애도를 표하는 의미에서다. 안 후보는 전날 밤 11시부터 새벽 2시 45분까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조문을 마친 안 후보는 “저희를 도와주시던 분들이 이렇게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정말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수습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 일단 선거 운동을 오늘(16일) 전면 중단하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늦게까지 유세를 펼친 이 후보는 빈소를 찾는 대신 유세 중 조의를 밝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마지막 오후 일정인 강원도 원주 유세를 마친 뒤 천안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직접 조문할 예정이다. 목포에 방문 중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후보들의 배우자가 유세 현장을 찾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간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 배우자들이 나서 유세를 도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배우자들이 유세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배우자 리스크’ 때문이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과잉 의전 논란과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으로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김혜경씨가 지난 9일 과잉의전 문제를 직접 사과했지만 선거판에 바로 뛰어들기에는 위험이 큰 상황이다.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도 ‘허위 이력 논란’, ‘주가 조작 의혹’ 등의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7시간 녹취록’의 악재는 일부 해소했지만 선거에 직접 등판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안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씨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유세 현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와 달리 ‘배우자 리스크’가 없어 건강이 회복된 후 유세 현장에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들과 달리 심 후보의 배우자 이승배씨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배우자 정우영씨는 공식적으로 선거 활동에 나섰다. 이승배씨는 15일 오전 11시 전주에서 진행한 본선 출정식에 참여하는 등 심 후보를 돕고 있다. 정우영씨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시작된 김 후보의 첫 선거 운동에 참여하고, 17일부터 2박 3일간 호남을 방문하는 등 유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