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특혜 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야권 유력 정치인들의 희비가 대법원에서 갈렸다. 강원랜드에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무죄를 확정받은 반면,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아주는 대가로 KT에 딸을 채용시킨 혐의를 받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집행유예가 결정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중이다.
17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제3자 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 및 대가관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직권남용, 공모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권 의원은 2012년과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채용 선발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청탁대상자의 채용을 요구하는 등 위력으로 인사담당자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았다.
권 의원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으로부터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도록 하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자신의 비서관을 강원랜드의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로 채용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받았다. 또 자신의 지인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지명하도록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있다.
1심은 교육생 선발 과정의 채용비리 및 비서 및 비서관 경력 직원 채용 의혹과 관련해 최 전 사장의 말을 믿기 어렵다며 권 의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형사 재판은 결국 검사가 입증 책임을 지는데 법관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검사가 (범죄 혐의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김성태 전 의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에 대해 권 의원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 이석채 전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을 청탁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의 딸은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스포츠단에 입사했다가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1심은 딸이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된 점은 인정했지만 김 전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사회통념상’ 김 전 의원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국회의원이 딸의 취업 기회를 뇌물로 수수하는 범행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정한 행동이고 중진 국회의원이자 국회 환노위 간사로서 지위와 책임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사회 유력인사가 청탁한 지원자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시키고 김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