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어떻게 지을지 계획 없어
집값 잡겠다 의지 표현 수준
인구 감소-양적 공급 부적절
건물 높게·많이 해결책 아냐
질적인 주택 공급 정책 필요
‘민주당 311만 가구 대 국민의힘 250만 가구’. 여야 주요 대선주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약속한 주택 공급 규모다. 여야 후보 모두 취임 이후 수백만 가구 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하면서 부동산 공급 정책에 따른 시장 전망이 이번 대선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백만 가구 규모 공급 공약은 이행이 어려운 만큼,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단순 공급 확대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17일 이투데이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여야 대선후보 부동산·경제정책 공약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을 평가하고, 해당 공약이 당선 이후 실제로 시행되면 일어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급정책을 포함한 주요 정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서울은 매년 9만 가구 이상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데 대선 후보들 공약 수준의 목표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을지 육하원칙에 의한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주택 공급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정책 이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고 원장은 공급정책의 필요성엔 공감했다. 그는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103.6%로 일본(115%)과 미국(120%)보다 낮아 주택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 수준으로 전체 인구수와 비교하면 약 34만 가구가 부족해 절대 가구수가 부족하고, 여기에 저금리 기조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까지 집값이 폭등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공약의 '공급확대 기조'를 읽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대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여야 후보의 공급 수치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공통점은 모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고, 특히 서울 주택 공급이 핵심인 데 단순히 건물을 높게·많이 지어서 공급 가구수를 늘리는 것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수백만 가구 공급 계획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가 대규모 신도시 공급 정책을 펼쳐도 수만~수십만 가구 공급만 가능한 만큼 수백만 가구 단위 공급은 어렵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공급계획 목표치가 너무 높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전체 가구 중 아파트 비율이 63%인데 민주당 공약인 311만 가구 중 63%면 190만 가구에 달한다”며 “현재 서울 내 아파트가 200만 가구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계획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해당 규모의 아파트 물량이 공급되려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이는 대선 주자들이 집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표현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살 만한 집을 공급하는 ‘질적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공급량이 많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양적 공급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최근 인구수가 줄어들고 가구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히 양적 공급으로만 대처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최근 국내 소득이 대폭 늘어나 양질의 주택 수요가 늘었다”며 “최근 공실 주택을 보면 대부분 전용면적이 작거나 도심과 거리가 먼 곳들"이라며 "단순 공급에만 치중하면 재원 낭비로 이어져 주택가격 안정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울처럼 성장하는 도시 안에서 용적률만 높여서 이른바 ‘닭장아파트’를 공급해 250만 가구, 30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은 국가 위상에도 안 맞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양적 공급량을 현재의 3분의 1이나 4분의 1로 줄이고, 질적 공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