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주도권을 내준 국내 방송사들이 본격 반격에 나섰다. 2월 안방극장에 ‘신상’ TV 드라마만 5편을 내보낸다. 배우 손예진부터 김태리, 박민영, 김하늘 등 톱스타들을 내세움과 동시에 탄탄한 이야기와 이색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미 방송을 시작한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기상청 사람들’, ‘서른 아홉’은 벌써부터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2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 그린다. 복고 감성을 소재로 제2의 ‘응답하라’ 시리즈로 불리며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 3년여 만에 드라마로 컴백하는 김태리는 IMF 사태 여파로 팀이 없어졌지만, 포기를 모르는 고등학교 펜싱 꿈나무 나희도 역을 맡았다. 첫회부터 열정 가득하고 순수한 열여덟 청춘을 특유의 밝으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로 담아냈다. 상대역 남주혁은 IMF 위기로 풍비박산이 난 가정의 장남으로 신문 배달, 만화책방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스포츠 기자가 되는 백이진을 연기한다. 1990년대 후반의 격변하는 청춘의 감성을 표현해내며 앞으로의 로맨스도 기대케 했다.
지금까지 2회 방영됐지만, 시청률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다. 6.4%로 출발해 2회는 8%까지 치솟았다. 펜싱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재미를 안겼고, 정감 가는 90년대 말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눈을 사로잡았다. 또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OST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만의 분위기를 배가하며 몰입을 도왔다는 평이다. 또 16일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날 첫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다. ‘스위트홈’, ‘알고 있지만’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성장한 송강과 ‘김비서가 왜 이럴까’ 등 로맨스물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박민영이 사내 연상연하 커플로 등장한다. 국내 최초 기상청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현실 고증을 위해 실제 기상청에 근무하고 있는 부대변인, 예보관, 통보관 등에게 6개월간 자문을 받아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기상청에서 벌어지는 일만 그려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회 후반에서 사이다 전개와 매운맛 로맨스가 몰아치면서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더하게 했다. 그간 JTBC 드라마는 시청률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기상청 사람들’은 방송 첫주부터 쾌조를 보이고 있다. 1회 4.5%, 2회 5.5%를 기록했다.
16일 방송된 손예진의 복귀작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2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이어 가는 서른아홉 살 세 여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역으로 주목을 받은 전미도가 출연한다는 점도 기대 포인트다. 드라마 ‘남자친구’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의 신작으로 시한부, 입양아 등 무거운 소재들을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도 유쾌하게 풀어 나갈 예정이다.
첫 회는 세 친구의 유쾌한 일상을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전했다. 친구 중 한 명이 시한부 인생 판정이 예고되면서 세 여주인공의 ‘워맨스’를 보여주며 30대 막바지에도 여전히 발랄한 세 친구의 모습에 집중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냈다는 평이다. 시작도 나쁘지 않다. 4.4%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23일 첫 방송하는 tvN 수목드라마 ‘킬힐’ 또한 ‘여성 서사’를 앞세운다.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 그리는 이 드라마는 김하늘과 이혜영, 김성령이 주인공을 맡았다.
‘검법남녀’ 시리즈, ‘군주-가면의 주인’ 등으로 디테일한 연출력을 선보인 노도철 감독과 신광호, 이춘우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노도철 감독은 “‘킬힐’의 매력은 정말 흑과 백으로 완벽히 나뉘지 않는 모호한 경계선에 있어서 모든 인물 캐릭터가 양면성을 갖고 입체적이다. 연출자로서는 그걸 해석하는 재미가 있고, 배우들도 ‘내 배역이 악역이다. 선역이다’가 아니라 회색적인 측면을 갖고 있어서 리얼하면서도 현실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드라마로 1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게 된 김하늘은 홈쇼핑 톱 쇼호스트 자리를 노리는 우현 역을 맡았다. 그는 “기존에 했던 연기와는 전혀 달랐다”며 “한 장면도 어렵지 않은 것이 없지만 희열이 느껴지고 설렌다”고 말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혜영은 평사원에서 홈쇼핑의 부사장이 된 신화의 주인공이자 미스터리한 인물 모란을 연기하고, 속을 알 수 없는 간판 쇼호스트 옥선 역은 김성령이 맡아 베테랑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주목된다.
SBS는 통통튀는 로코물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28일 새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을 선보이는 것. 외모, 재력, 능력 등을 갖춘 CEO 강태무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 신하리의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로맨스물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웹툰으로도 제작돼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남녀주인공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홍천기’로 입지를 다진 안효섭과 ‘경이로운 소문’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세정이 맡았다. 두 사람의 톡톡 튀는 로맨스 연기가 기대를 모으며, 원작의 인기가 더해져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