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를 보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자는 ‘K-주주운동’이 시작됐다. 최근 물적분할, 횡령 등 각종 사고가 터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소액주주로 통하는 동학개미(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금융업계와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주주 행동에 나섰다.
◇“주주 권리 침탈 안 돼”...SNS 캠페인 = 인플루언서와 유명 애널리스트 등을 주축으로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 운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 참여했습니다”, “주주운동 캠페인을 지지합니다” 등의 응원글을 남기거나 “#세이브코스피”, #SaveKospi 등 해시태크 챌린지 방식으로 캠페인에 참여한다.
해당 캠페인은 이달 주주와 기업, 정책 관계자의 인식 제고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한국 증시 가치를 높이자는 목표에서 결성됐다. 김규식 한국 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과 이효석 업라이즈 매니지스트 주도로 제도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8가지 주주권리 보호제도를 제안하는 청원문을 게시했다. 8가지 제도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물적분할, 동시 상장 금지 △증거개시제도 도입 △공정가격으로 상장사 합병비율 결정 △집단증권소송 소제기 요건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은 현재 1만5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캠페인 측은 다음 주 청와대 앞에서 ‘청원 퍼포먼스’, 양당에 8가지 법제도 공약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월 주총 앞두고 주주행동 본격화 =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업계와 자산운용사들도 주주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취지로 설립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주주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 최근 물적분할 등 주주권리를 훼손한 기업들의 이사진들과 만나 기업 경쟁력을 올리고 주주권리도 회복할 방안을 제시할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주주 기본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일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은 한라홀딩스 지분 5.09%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브이아이피자산운용 측은 “장기간 한라홀딩스에 투자했으나 한라홀딩스는 탄탄한 자회사와 안정적인 자체 사업에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됐다”며 “전문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의 개선 요구 등을 통해 소수 주주의 기본 권리를 지키고자 한다”고 지분 취득 이유를 밝혔다.
최근 안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도 각각 SK케미칼, BYC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선 바 있다.
3월 주주총회와 대선을 앞둔 만큼 주주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기업 거버넌스, ESG 등에 관심 있는 운용사들이 많다”며 “적극적으로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