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11조 원 이상의 적자국채를 끌어 쓴 데 이어 정치권에서 대선 이후 2차 추경을 암시하며 압박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외변수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긴장감이 겹치며 국내 채권시장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고채 3년물은 전일 종가 대비 0.041%포인트 오른 2.363%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19일(2.370%) 이후 사상 최고치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 2월 20일 기록한 2.316%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 밖에 △2년물 2.159% △5년물 2.566% △10년물 2.770% △20년물 2.768% △30년물 2.686% △50년물 2.637% 등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전날 늦은 오후 국회에선 16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등 332만 명에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정부 원안인 14조 원에서 2조9000억 원 순증한 규모다. 이번 추경 증액은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한 방법이 아닌 세계잉여금과 기금을 활용해 재원을 충당했다. 따라서 11조3000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가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2차 추경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추경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선 이후 2차 추경도 신속히 추진하고 필요하다면 긴급재정명령도 동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얼마든지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의미로 풀이된다. 적자국채란 정부가 수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 발행 물량이 늘면 그만큼 국채값은 떨어지는 동시에 국채 금리는 오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경 규모가 당초 정치권이 제안한 것보다 작다는 점은 부담을 완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그러나 대선 이후 추경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점은 여전히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권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지역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러시아 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적 해법을 통한 해결 가능성보다 전쟁 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무엇보다 러시아의 이번 돈바스 지역 독립 추진 결정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격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폭풍 속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라며 “전면전과 외교적 협상간 줄다리기 공방이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중 62명은 오는 3월 채권금리 상승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