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법정 TV토론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은 경제 정책을 주제로 격론을 벌였다. 경제 정책뿐 아니라, 대장동 의혹, 법카 유용 논란, 주가조작 등을 놓고 양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난타전을 벌였다. ‘네거티브 공방’속에 경제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윤 후보는 “‘법카 공금횡령’으로 공무원들의 마음이 다 떠나갔다”며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의혹을 겨냥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의혹 핵심 관계자인 김만배 씨가 언급한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를 인용하며 윤 후보에 맞섰다.
이어 이 후보는 “윤 후보님, 정말 그 말씀하셔서 제가 아까 이거 준비해왔는데 제가 안 보여드리려다가 보여드린다”며 테이블 밑에서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판넬을 꺼내들었다. 또,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를 두고 자신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고 부인하며 ‘측근’ 공방을 벌였다. 특히 윤 후보가 “그 녹취록 끝부분에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만배가 한다는데 그부분 포함해서 말하는게 어떠냐”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이재명 게이트’란 말이 있느냐. 허위 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나”라며 “이제와서 이런 거짓말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대장동 공방을 두고 최창렬 정치평론가는 “토론 주제가 경제였지만, 공약 대결이 잔상이 남기보다 난타전, 공세가 생각이 났다”며 “특별히 어느 후보에게도 우위를 주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평론가는 “이 후보가 판넬을 들고 나온 것은 썩 보기 좋지 않았다. (관련 의혹이) 입증된 게 아닌데 (대화) 전문도 아닌 부분을 판넬까지 들고와서 대장동 의혹을 방어하는 이 후보의 모습이 유권자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경제’ 주제에 걸맞은 역량을 보이지 못해 실점한 후보들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후보가 ‘경제대통령’을 내세웠던 데 반해 (이번 토론에서) 본인의 역량을 부각 못 시켰다”라며 “윤석열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전에 나서면서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기회를 상실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국가부채비율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윤 후보의 질문에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만큼 우리 경제력 수준이 높은데 가계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서 국민들이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의 공세도 빗발쳤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렇게 (기축통화국이) 되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아직 허황된 얘기 아닌가, 국채 발행 자체가 너무 과도하단 점을 변명하기 위해 한 변명 치고는 너무 근거가 반약하다”고 공격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후보가 기축통화를 경기도 지역화폐인 줄 아는 건지, 온누리상품권 정도로 생각하는건지 몰라도, 그 정도 지식으로 경제를 다뤘다간 참 나라 거덜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직격했다. KDI 연구원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후보가 경제에 어디까지 무식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금쪽같은 순간”이라면서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그런 정도도 모르고 경제대통령을 얘기한다고 다들 의아했을 부분이 아닌가”라며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 한계점을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도 “여타 후보와 비교해 그동안 경제 공약에 대한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았던 만큼 토론을 통해 보여줄 기회였는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라며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평가나 이재명 후보의 경제 공약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대장동 의혹에 치중한 모습이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