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오디세이' 브랜드 제품군 적극 확대
SK하이닉스, e스포츠 대회 스폰서 활동
'틈새시장'에서 '고부가 알짜시장'으로 변신
게임시장 규모가 한 해 2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전자업계도 게이밍(Gaming) 관련 기기 출시 및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판매하던 게이밍 노트북·모니터 제품군 보강 차원을 넘어서 TV나 스마트폰, 반도체 분야에서도 게임과 접목할 수 있는 영역을 계속 늘려가는 양상이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803억 달러(약 215조 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폭증을 맞은 게임 시장은 2020년 연간 시장 규모 200조 원을 넘긴 이후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24년엔 연간 시장 규모가 260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시장 변화를 감지한 전자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관련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들어 게이밍 노트북과 스피커 신제품을 내놨다. BS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등 여러 개 사업부에 걸쳐 게이밍 브랜드 ‘울트라기어’(UltraGear)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노트북 신제품은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노트북용 그래픽카드(RTX™ 3080)와 인텔의 최신 11세대 프로세서(타이거레이크H, Tiger Lake H)를 탑재하며 고성능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게이밍 스피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시다. 지난번 제품은 최고급 오디오 제품에 주로 적용되는 '하이파이 쿼드덱(Hi-Fi Quad DAC)'을 탑재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신제품에선 음향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50만 원대에서 20만 원 후반대까지 가격을 대폭 낮췄다. 에코캔슬링 기술을 적용한 ‘클리어 보이스채팅’, '3D 게이밍 사운드' 등 독자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삼성전자도 게이밍 브랜드 '오디세이'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충한다. 지난달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선 게임용 차세대 디스플레이 '오디세이 아크'를 공개했다. 현존하는 게이밍 모니터 중 최고 수준인 1000R의 곡률(곡률이 높을수록 많이 휘어짐)을 갖춰 몰입도를 상당 부분 높였다. 세계 최초의 4K 240㎐(헤르츠) 게이밍 모니터 제품인 '오디세이 네오 G8'도 함께 공개했다.
오디세이 브랜드뿐 아니라 TV 사업에서도 게임과 접점을 넓혔다. 전용 인터페이스인 '게이밍 허브'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 예다. 소비자들은 허브를 통해 엔비디아 지포스나우, 구글 스타디아 같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외부 기기 없이 즐길 수 있다.
전자업계에서 '틈새시장'에 불과했던 게임시장은 팬데믹 상황을 기점으로 높은 수익을 담보하는 '알짜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이머 소비자는 일반 소비자보다 고가 제품 구매에 훨씬 더 적극적인 특성을 보인다”며 “지난 2년 새 시장이 확 커지면서 현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IT 기기가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인해 일찍이 경쟁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고가·고사양 위주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전·IT 기기뿐 아니라 반도체업계에서도 게임에 손을 뻗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5일 크래프톤이 주관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대회의 스폰서로 나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고용량 PC 환경이 있어야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신 D램 제품인 'DDR5'에 대한 홍보가 주를 이뤘다.
게임용 고사양 PC에 D램이 빠질 수 없고, 낸드플래시로 만든 SSD(쏠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역시 콘솔 게임기 주요 부품인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