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제품 공세에 韓기업들 백기
국내 태양광 수요 中업체들 잠식 우려
韓 태양광 산업 보호 위해 정부 지원 절실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국내 태양광 산업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3일 LG전자가 태양광 셀·모듈(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를 결정에 따라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업체들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지만 물량 싸움이 치열한 데다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 결정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박충현 LG전자 BS(비즈니스 솔루션)사업부 상무도 지난 10월 개최된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태양광 모듈 사업 밸류체인 최상단에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전년 대비 4배가량 상승하는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많이 악화돼 대부분 모듈 업체 수익성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태양광 사업 부진으로 LG전자 BS본부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23억 원, 351억 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시장은 이미 2015년부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중소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다.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까지 손을 떼면서 한국 태양광 산업의 불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는 중국에 밀려 사업이 부진해지자 현재 관련 사업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셀과 모듈에서까지 한국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중국 기업의 잠식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와 한화솔루션도 2020년 2월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워낙 ‘저가’인 중국 제품 탓에 국내 기업에서는 생산할수록 손해인 상황이 발생하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분야별로 60∼97% 수준이다. 웨이퍼의 경우 중국 점유율이 97%에 달하고 셀과 모듈도 각각 71%, 79% 수준이다.
최근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급등해 셀·모듈 업체들의 경영 부담이 늘어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kg당 7달러대였지만 최근 32달러 선까지 올랐다.
폴리실리콘에서 철수하고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328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중국산 모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1.6%에서 2020년 35.8%, 지난해 상반기 기준 36.7%까지 늘었다. 반면 국산 모듈 비율은 2019년 78.4%에서 2020년 64.2%, 지난해 상반기 기준 63.2%로 감소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태양광 생태계를 보호하는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요금과 인건비, 자국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저가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태양광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로 국내에서 점점 커지는 태양광 수요를 중국 업체들이 흡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