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화에 평양과 지방 간 빈부격차 현저…사회불안도 커져
국내 균형발전 초점…재원 확보하려면 중국·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던 18일 중국과 인접한 북한 북동부 함경남도 함주군을 방문했다. 그는 자신이 “올해 가장 중요한 건설물”이라고 강조한 북한 최대 규모 채소온실농장 착공식에 참석해 “인민의 생활 향상에 크게 공헌할 현대적인 농장”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조선인민군이 건설에 나서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시찰에 앞서 14일에는 북서부 평안남도에서 건재공장과 꿀벌연구소 준공식에 참석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를 잇따라 강행했다. 1월만 해도 7차례나 됐다. 김정은이 군사력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국내적으로 미사일 성과를 통해 노동당이 잘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전면적 발전론’ 구심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적 발전론은 ‘국내 균형발전’으로도 불린다. 낙후지역에 국가가 투자해 끌어올린다는 북한의 전통적 이론이자 김정은이 최근 연설에서 즐겨 쓰는 말이다.
수도 평양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수많은 시민이 휴대폰을 들고 있다. 반면 수도권 일극화로 인해 평양과 지방 사이의 빈부격차는 더 뚜렷해졌다. 그만큼 사회 불안이 커져 지도부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는 발족 이후 엘리트들이 사는 평양 개발을 중시해 그 성과를 서구권에 보여주는 형태로 자신의 체제가 뛰어나다고 과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를 전환해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전국 각지의 농촌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가 전체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목표를 걸었다.
이런 목표 실현을 위해 평양 부유층으로부터 자금을 빨아들여 지방에 넓고 얇게 재분배하는 수단을 채택했다. 북한에서는 시장주의 경제를 일부 도입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과 담당자 사이에 각종 이권이 생겼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당 지도부도 어느 정도 방관했지만, 최근에는 각종 이권을 재분배 재원으로 쓰기 위해 모조리 챙겨가고 있다.
북한의 물자 부족 사태는 심각하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는데 북한에서 그 말이 지금도 살아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에서 가장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이 기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봄 북한이 미국과의 거래를 노리고 다음 대규모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 연설에서도 김정은은 대부분 시간을 식량 문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에 할애했다.
문제는 핵심 재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양 시민의 얼마 안 되는 부를 2500만 북한 주민 전체에 나눠준다 해도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족분을 채우려면 역시 유엔 경제 제재를 풀 수밖에 없고 북미 대화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실정이다.
이에 김정은은 베이징올림픽 폐막 후 구두친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휘 아래 견인불발의 분투와 노력으로 올림픽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며 시진핑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노골적인 적대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분쇄하겠다”며 대미 공동 전선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