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세입자에 5억이면 분양권 준다고?…'세입자 로또공약' 논란

입력 2022-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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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흔드는 '표플리즘'
전·월세에 입주권 부여안 추진에
"반값 분양, 혈세로 메우겠단 소리"
시장 혼란만…형평성·실효성 논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은마아파트는 거주민의 50% 이상이 세입자인 만큼 이들에게 우선 입주권을 줘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재건축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다음 달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세에 나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이같이 밝혔다.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를 위해 주택 청약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와 실현 가능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주택 청약권을 노리기 위해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아파트 단지에 전·월세로 거주하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어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동시에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은마아파트를 찾은 송 대표는 “현재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이 200% 수준인데 이를 500%로 상향하면 2배 이상의 분양 가구가 생긴다”며 “집주인도 분양 세대가 늘어나니 이익이 생긴다. 세입자에게 분양(권)을 우선 주고 분양가액도 평당 시세 8000만 원 수준의 반값인 4000만 원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세입자에게 주택 청약 기회를 주더라도 분양가격이 너무 비싸면 청약 신청을 할 수 없는 만큼 평당 분양가를 시세의 절반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분양가의 10%만 내면 3% 이하의 이자율로 임대 거주하다 10년 뒤 최초 분양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입자의 주택 청약권에 관한 공약이 나오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전·월세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현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전셋값이 5억 원에 거래되는 점을 거론하며 “5억 원만 투자하면 은마아파트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 “재건축 세입자에게 분양권을 준다면, 은마뿐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 전·월세가 급등하는 것 아니냐” 등의 글들을 쏟아냈다.

재건축 세입자는 재개발과 달리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이주정착비 등을 받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이번 대선에서 재건축 세입자의 권리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주택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 부여에 관한 공약이 제시됐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은 물론, 실현 가능성 문제와 전세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용적률을 상향해 세입자에게 분양권을 준다고 하고, 세입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분양가격도 평당 절반에 공급한다는데 그 비용은 과연 누가 부담하는 것이냐”면서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텐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직 전·월세 문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을 상향해 가구 수를 늘리면 공사비는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조합원은 재건축을 위해 건물, 땅을 내주면서 비용을 내는데 세입자는 부담하는 것 없이 분양권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재건축 조합원이 사업에 반대할 수 있고, 재건축 전·월세에 수요가 몰려 오히려 전·월세 거주가 하나의 권리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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