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장관 별세…문화체육관광부장 2일 영결식

입력 2022-02-27 16:30수정 2022-02-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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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 평론가로…시대 꿰뚫은 언어의 연금술사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연합뉴스)

“나는 곧 죽을 거라네. 그것도 오래 지나지 않아.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쏟아놓을 참이야…. 진짜 전하고 싶은 유언은 듣는 사람을 위해서, 듣는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로 한다네.”-이어령의 마지막 수업(2021)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질문에 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장관이 마지막 답을 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향년 89세.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유족 측은 이어령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그는 ‘앉는 그 자리가 곧 강의실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학다식했고, 달변가였다. 20대부터 60년여 동안 130여종이 넘는 책을 냈다.

고인은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문학의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고인은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등 집필에 몰두해왔다. 지난해 김지수 기자가 출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는 고인과 저자가 죽음, 삶,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나눈 이야기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께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며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월2일 오전 8시30분이며, 영결식은 같은날 오전10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엄수된다. 황희 문체부 장관이 장례위원장, 김현환·오영우 차관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장례위원으로는 전직 문체부 장관들과 문화예술계ㆍ학계 인사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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