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LNB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미쓰이물산까지 소송에 추가된 것을 보면 일본제철이 특허소송으로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일본 언론도 수십 년간 이어온 양사의 ‘철의 동맹’이 깨질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제철과 도요타의 불협화음은 전기강판의 단가협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제철의 단가 현실화 요구에 도요타는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의 바오산철강으로부터 전기강판을 수입하였다.
낮은 단가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탈탄소화 정책으로 많은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한 일본제철로서는 바오산철강에 시장을 뺏기는 것이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요타도 당장 협상의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일본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도요타가 한국의 포스코에 약 10만 톤의 전기강판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특허소송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협상 레버리지를 갖기 위함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에 아쉬운 점은 소송대상이 된 특허가 오직 일본에서만 존재하고 해외 특허는 없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해당 특허는 2010년에 출원되어 2014년에 등록된 특허로 존속기간은 2030년 5월 13일까지이다.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 및 판매차량의 경우 일본의 JFE스틸이나 한국의 포스코 등으로 공급처를 변경하고, 해외의 경우에는 바오산철강으로부터 계속하여 공급을 받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특허소송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도요타는 사업적으로 치명적인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패소 시 손해배상액은 특허보증계약에 의해 바오산철강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고, 판매금지결정이 나더라도 그 전에 공급처를 미리 변경해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도요타는 최근 순이익이 역대 최고를 달성 기록하였기에 수익성을 이유로 오랫동안 협력했던 자국 공급처를 중국 업체로 변경한 것에 대한 자국 내의 불리한 여론이 부담될 수 있다.
현재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14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제철, JFE스틸, 포스코 및 바오산철강이 4대 업체이다. 전기강판 시장의 급성장으로 특허전쟁이 예상된다.
이태영 LNB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