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국민의 재산을 앗아가는 것이 세금의 본령이므로 무턱대고 재산권 침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때 세금은 애초부터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었던 것도 그런 세금의 속성 탓이다. 헌법재판소는 세금이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할 때 위헌이라고 한다. 재산권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떤 때 그 본질을 침해하는가? 헌법에 밝지 않더라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런 까닭인지 헌법재판소는 비례의 원칙을 주로 활용한다. 비례의 원칙은 쉽게 말하자면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쓰는 수단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에 빗대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종부세가 수단으로서 지나치지 않는지, 종부세로 인한 다른 피해가 과도하지 않은지,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과 종부세로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균형은 갖춰지고 있는지 따위를 판단한다. 판단에 있어 ‘1+1=2’와 같이 딱 부러지는 공식은 없다.
2008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주거 목적 1주택 소유자에 대한 당시 종부세 규정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것 외에 다른 재산권 침해는 없다고 보았다. 이후 헌법불합치를 치유하기 위해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규정(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을 들였다. 종전 판례에서 재산권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전체 세대에서 종부세를 내는 세대 비율, 1인당 평균 세액, 납세자·납세액의 분포, 집값 대비 조세부담률 등을 따졌다. 여기서 현재와 과거의 차가 좀 난다. 향후 재산권 침해 판단의 관전 포인트는 이 수치들이다. 헌법재판소가 양도세 중과까지 묶어 판단할 것인지도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다.
이중과세금지 원칙은 한 마디로 미신이다. 세금을 두 번 내면 부당하다는 사리에 부합하는 뉘앙스로 들리는 탓에 많이들 오해한다. 그러나 헌법에 명문의 근거도 없고 해석으로도 끌어낼 수 없다. 개념도 모호하다. 더 큰 이유는 현재의 세법 체계에서 이중과세가 내재한다는 점이다. 담세력을 표상하는 주된 지표로 소득을 삼아 이를 과세하되, 재산세와 소비세 등을 이용해서 소득세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식의 세제 틀 안에서는 이중과세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평등권 위배의 근거로 여러 가지를 든다. 다주택자의 무거운 세 부담, 부채 공제 없이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 주택과 토지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적 취급 등을 든다. 대부분은 이미 과거 위헌심사에서 다뤘던 쟁점들로 새로운 것은 없다. 다주택자 문제도 위헌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와 상관없이 생각해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세금에서 헌법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이 말은 거꾸로 그 한계 안에서는 입법자가 재량껏 세제를 짤 수 있다는 뜻이다. 선을 넘었는지 아닌지 오직 그것만으로는 종부세가 좋은 세금인지 아닌지를 온전히 판단할 수 없다. 합헌이면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는가? 위헌이면 그냥 폐지해 버리면 되나?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된 노래 ‘Over the Rainbow’는 희망을 노래한다. 종부세 위헌 논란 너머도 마찬가지일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세금 하나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세금 개입이 지나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까지 낳는다. 이제 진영논리와 선동을 넘어 집값 안정을 위한 합리적인 논의에 터 잡은 해법이 나올 때도 됐다. 그렇지 않고 종부세 위헌성에만 천착한다면 암울한 것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종부세 논란 시즌 3’ 같은.